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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독립 과정

COLUMN

험난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독립 과정
_전 조선대학교 신종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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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국가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영국·프랑스·네덜란드·포르투갈 등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다. 그러나 1941년 태평양전쟁의 발발과 동시에 일본이 동남아 국가들의 대부분을 지배하였다. 이러한 식민지배의 경험은 독립 이후 정치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는 미국의 정치 제도들이 이식되었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얀마 역시 1922년부터 국회의원 선거를 했다. 네덜란드가 지배한 인도네시아도 독립 이후 네덜란드 식 정치 모델이 적용되었다. 한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를 지배한 프랑스는 식민지에 자신들의 정치제도를 이식하지 않았다. 결국 이 국가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독립을 이루었고,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수립한 나라는 아직 한 나라도 없다. 1945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동남아 국가들의 독립 과정은 전쟁·갈등·혼란 그 자체였다.

인도네시아는 1945년 8월 17일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4년 전쟁을 치른 후인 1949년에 비로소 완전한 건국을 할 수 있었다.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 메르데카 광장에는 높이 137m의 독립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이 기념탑 지하에는 인도네시아 독립선언서 원본과 기나긴 식민지배의 역사를 디오라마 식 전시물로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피와 땀을 흘린 후에야 비로소 인도네시아는 완전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상교통량을 자랑하는 믈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그만큼 세계열강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를 가졌다. 포르투갈·네덜란드 지배를 거쳐 1814년 영국이 말레이시아 반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순식간에 말레이반도는 일본군이 점령했다. 1957년 8월 31일 말레이시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1948년부터 계속된 비상사태는 12년이 지난 1960년에서야 겨우 해제되었다.

싱가포르는 영국식민지로 있었으나, 1942년 일본군에게 점령당했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자 이 나라는 영국식민지로 되돌아갔다. 1963년 8월 31일 싱가포르는 영국으로 독립하면서 말레이 연방에 합병되었다. 하지만 1965년 8월 9일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축출당하면서 독립국이 되었다. 이때 초대 총리 리콴유는 1990년까지 31년간 재임하면서, 뛰어난 지도력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로 싱가포르를 변모시켰다. 리콴유 취임 당시인 1959년 연 국민개인소득은 400달러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58,000달러에 이르렀다.

베트남의 식민역사는 1863년 프랑스 초대 총독이 부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 1940년 비시 프랑스의 페탱 정권이 나치 독일에게 항복하자, 일본은 이 기회를 틈타 베트남을 점령하였다. 사실상 프랑스 총독부와 일본군사령부의 이중적인 통치 권력이 생겨난 것이다. 프랑스와 일본에 각각 별개의 세금을 내야 하는 베트남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에 1941년 베트남 공산당 독립조직이 생겨나고, 호찌민이 지휘를 맡았다. 태평양 전쟁 기간 중, 일본군에게 엄청난 식량 수탈을 당한 베트남인 200만 명이 대기근으로 아사하는 참상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1954년 제네바 협정이 체결된 후, 베트남은 한반도처럼 북위 17 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결국 베트남은 남북 간 20여 년의 긴 전쟁을 거친 후, 1975년 4월 30일 역사적인 완전한 독립 국가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