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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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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에서

황후영(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 한국어문화학과 객원교수)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특별주에는 인도네시아 최초 대학이자 최고 명문 대학인 국립 가자마다대학교가 있다. 인도네시아인에게 ‘민족의 대학’으로 여겨지는 이 대학은 1949년 개교해 현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18개 단과대학, 278개 학과, 23개 연구소에서 재학생 50,090명, 교수진 3,443명, 직원 4,813명이 배우고 가르치고 일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대학이기도 하다.

올해 학부 신입생 9,210 명 중 69명이 입학한 한국어문화학과는 이 대학교 278개 학과 중 두 번째로 경쟁률이 높은 인기 학과다. 수년간 이어진 70:1 이상의 높은 경쟁률에 비해 부족한 교수진을 고려해 조금씩 늘리던 신입생을 올해는 지난해 대비 1.5배로 받았다. 한국에 대한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관심의 측도가 되는 지원율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국어문화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더 흥미롭다.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를 고려해서 한국어문화학과를 선택한 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랫동안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 한국어문화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졸업 후에도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그리고 가족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 그런 이곳의 학생들에게서 어리지만 대국인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가자마다대학교가 소재한 족자카르타특별주는 문화와 교육의 도시다. 인구 약 390만 명 규모의 지역에 대학 103개, 종합대학 6개가 있다는 것은 이곳이 명실상부한 교육의 도시임을 증명한다. 문화의 도시라고 칭하는 것은 대통령제인 이 나라에 술탄(왕)이 있고, 실제 통치하는 특수한 상징성을 가진 곳이며, 유·무형의 전통문화 보존·유지·계승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문화학과가 소속된 인문대학 커리큘럼에서도 문화를 중시하는 이 학교의 철학이 느껴진다. 인문대학 학생은 문화학개론, 세계화개론, 다문화학개론 및 문화 실습(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가믈란 수업, 인도네시아 전통 직물인 바띡(batik) 수업, 인도네시아 전통 춤 수업 등)은 물론이고 제2외국어와 지역어 수업을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전공 이외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랍어, 터키어, 태국어 중 한 과목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기타 어학 수업은 선택 과목으로 수강해야 한다. 또한 자바 지역 출신 학생은 타 지역어를, 타 지역 출신은 자바어 수업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대학 교육의 본질인 지식 탐구와 연구뿐만 아니라 문화적 소양과 타 문화에 대한 이해심과 포용력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커리큘럼이다. 이를 통해 다종족, 다문화, 다언어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민족 대학이라 불리는 대학의 철학과 방침을 엿볼 수 있다.


가자마다대학교 인문대학 전경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가자마다대학교의 가믈란 수업


가자마다대학교의 전통 춤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