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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 유역과 한국

특별기고문
메콩강 유역과 한국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신남방경제실 선임연구원
 

중국 칭하이성(靑海省) 티벳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Mekong)은 중국 윈난성(雲南省)과 동남아 대륙부 5개 국가(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를 관통해 흐르는 국제하천이자 동남아의 어머니 강으로 통한다. 특히 메콩강은 4,909km로 세계에서 12번째로 길고 8번째로 유량이 풍부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물학적 다양성을 품고 있다. 중국 두 개의 성(윈난성과 광시좡족자치구)과 동남아 대륙부 5개 국가로 구성된 메콩강 유역은 초(超)국경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동남아 대륙부 5개 국가로 구성된 협의의 메콩강 유역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메콩강을 매개로 한 이 자연적 경제권은 현재 2억 4,000만 명의 인구(한국의 5배)와 193만㎢의 면적(한국의 19배)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메콩강 유역은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더해 21세기 들어서는 포스트 차이나의 최적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상대적으로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태국은 물론, 개혁·개방을 통해 유망 신흥시장이자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한 베트남,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미얀마 등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찬란한 앙코르 문화를 보유한 캄보디아와 메콩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라오스도 참가하고 있다. 풍부한 성장잠재력과 역동적인 경제성장은 활발한 외국인직접투자와 개발협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메콩강 유역은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인도차이나 반도가 식민지가 되기 이전부터 프랑스와 영국 등을 비롯한 서구 열강은 메콩강을 탐사하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전후로는 미국과 일본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였다. 메콩강 유역이 소지역 경제권으로 본격 개발된 것은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로의 체제이행이나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 말 이후부터이다(태국 제외).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도해 1992년부터 시작된 확대메콩유역경제협력프로그램(GMS 프로그램)이다. 2000년대 이후 본궤도에 오른 GMS 프로그램은 최근 유역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개선 및 확장을 중점 추진하되 분야별 전략 및 우선추진사업으로 △ 원활하고 지속가능한 수송시스템 구축 △ 도시, 산업클러스터, 에너지, 농업, 관광, ICT, 인적자원, 관광, 무역원활화 등 개선 △ 환경보호를 위한 생태계 기반 서비스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MS 프로그램에 이어 메콩강위원회(MRC) 사업, 메콩-갠지즈 협력 사업, 에야와디-차오프라아-메콩 경제협력전략(ACMECS) 등 무수히 많은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GMS 프로그램은 경제회랑, 경제특구(SEZ), 무역 및 투자 원활화, 물류 인프라 등의 개선을 통해 메콩강경제권의 도약(catch-up)을 뒷받침하고 있고 이에 더해 농업기반 가치사슬(Agro-based VC), 관광, 환경 등에 대한 추가 개발도 약속하였다. 태국 주도의 ACMECS 역시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지원하는 각종 이니셔티브 역시 날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통합을 심화·확대하고 있는 아세안 역시 메콩강 유역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선발 아세안 국가와의 개발격차 완화를 통해 통합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메콩강 유역의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부한 성장 잠재력과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에 더해 다국적기업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메콩강 유역의 역동성과 부상은 이 지역의 경제 및 비즈니스 환경을 급속하게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메콩강 유역은 동북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절반, 정확히는 47%를 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이다.
한국에게도 메콩강 유역은 매우 중요하고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메콩강 유역은 커져가는 차이나 리스크를 극복하거나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은 교역, 투자, 개발협력(ODA), 인적교류, 건설수주 등에서 한국의 최대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베트남과 같은 성공사례를 추가로 만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 고령화에다가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메콩강 유역에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메콩강 유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유역국 모두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다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적극 지지하는 우군인 것이 하나의 배경이고 유역국의 체제전환과 개발경험은 북한 개혁개방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이는 2019년 11월 말 부산에서 개최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직후 발표된 정상선언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한국과 메콩강 유역 정상들은 ‘사람·번영·평화의 동반자관계 구축을 위한 한강·메콩강 선언’을 통해 메콩강 유역의 경제발전과 번영은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세안문화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메콩강 유역과 한국, 더 나아가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제교류 플랫폼인 아세안문화원의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해본다.
※ 이 기고문은 아세안문화원 뉴스레터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