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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는 가장 쉬운 길 - 팁톱(Tip Top)

아세안 트렌드​ 

나를 표현하는 가장 쉬운 길 - 팁톱(Tip Top)​ 

 

​글: 박준한 작가 (『굿모닝 미얀마』 저자)

 

< 사진 1 >팁톱(Tip Top) 영상을 보는 미얀마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의 일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아무리 독하다 한들, 타인과 어울리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성을 막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어느새 바이러스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었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우리는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카카오톡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 순위로 오늘의 트렌드를 살피며,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알립니다. 미얀마에서는 이 모든 역할을 페이스북이 대신합니다. 전통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인데, 새로운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최근, ‘팁톱(Tip Top)’이 미얀마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팁톱은 배우나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필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공유하는 콘텐츠를 말합니다. 미얀마 시골 마을의 평범한 소녀였던 퓨퓨(Phyu Phyu Htwe)가 팁톱을 통해 인생 역전을 이룬 스토리가 알려지자, 이제 누구나 한 번쯤 따라서 만들어보고 싶은 대세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 사진 2 >퓨퓨
출처: Phyu Phyu Htwe 페이스북 공식 계정 (www.facebook.com/ phyuphyuhtwe123/)

   퓨퓨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등장한 인터뷰에서 반드시 배우가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당돌했습니다. 힘든 생활을 보내면서도 마을에 연극행사가 있으면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습니다. 퓨퓨의 노력에 하늘이 감동했던 걸까요? 퓨퓨가 대학교에 다닐 때 마침 팁톱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퓨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마치 자신이 배우가 된 것처럼 다양한 상황극 영상을 촬영하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 영상들이 차차 인기를 얻자 퓨퓨의 페이스북 팔로워가 늘어났고, 지금은 공식 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퓨퓨는 어릴 적 인터뷰에서 밝혔던 배우의 꿈까지 이룰 수 있었습니다. 

 

   명예를 얻은 퓨퓨는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양곤에서 단독 주택까지 살 정도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범했던 소녀가 유명인이 되어 성공 가도를 달린 것도 충분히 관심받을 내용이지만, 퓨퓨는 기부천사로도 유명합니다.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을 잊지 않고 고향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미얀마인들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부를 통해 퓨퓨는 미얀마의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팁톱으로 성공한 퓨퓨를 보며 ‘나도 성공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가진 미얀마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을 검색하다 보면 퓨퓨처럼 자신의 끼를 만방에 떨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퓨퓨가 했던 것처럼 립싱크를 하거나, 스타가 되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처럼 상황을 설정하고 노래하는 것까지, 모두 1인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자신만의 무대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평소 미얀마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수줍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팁톱으로 올리는 미얀마 사람들의 영상은 5분 내외의 짧은 내용으로, 일상생활 속 자연스러운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잘 편집된 방송처럼 자막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써준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을 담았기에 거리감 없이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빠져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