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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맛을 한국에 선물합니다 - 응켕렝

한국 속의 아세안 

싱가포르의 맛을 한국에 선물합니다 - 응켕렝​​ 

 

응켕렝

 

< 사진 1 >‘2017 아세안 음식 축제’에 싱가포르 대표로 참석한 응켕렝 셰프(중앙)

 

예로부터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주변에 음식을 대접해왔습니다. 때로는 축하하는 마음을, 때로는 위로의 마음을 담은 음식을 상대와 나누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한국에서 싱가포르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 출신 셰프 응켕렝 씨도 그런 마음을 한국 사람들과 나눕니다. 10월호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 기쁘다는 응켕렝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아세안문화원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싱가포르에서 온 응켕렝(NG KENG LENG)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법인을 설립하여 싱가포르 전통 디저트와 음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Q. 2014년부터 싱가포르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특별히 한국에서 싱가포르 디저트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창업하기 훨씬 전부터 한국을 좋아했고, 여러 번 여행도 왔었습니다. 이후에 한류에 심취해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언어교육원에 다니던 시절의 한국 생활은 너무나 즐거웠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디저트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싱가포르식 음료와 디저트를 그리워하다가 문득, ‘내가 한국에서 직접 싱가포르의 디저트와 커피를 만들어 소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좋아하는 나라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즐겁겠다는 마음이었지요.

 

Q. 셰프님이 생각하는 싱가포르 디저트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싱가포르만의 맛이 있을까요?​

싱가포르에서는 오래전부터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음료·디저트 문화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동서양의 맛이 잘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싱가포르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죠. 싱가포르에는 외국에서 입점한 카페 외에 지역민들이 가는 전통카페가 따로 있는데, 전통카페의 커피는 아주 진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보통 싱가포르 사람들은 전통카페의 커피를 마실 때 달걀 반숙에 카야토스트를 찍어 먹거나, 꽃향기가 물씬 나는 판단 케이크(한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싱가포르의 ‘국민 케이크’)를 함께 즐깁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연유를 사용한 싱가포르식 카페 라테 ‘코피-C(Kopi-C)’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양식 커피전문점은 흔히 찾을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 쪽 커피와 디저트류를 파는 가게는 여전히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고소한 향이 매력적인 ‘코피-C’를 대접하고 싶네요.

 

Q. 한국의 전통 디저트에 대한 셰프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의 떡, 식혜, 빙수를 맛보았습니다. 동남아시아인들에겐 찹쌀의 끈적거리고 차진 식감이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한국의 떡은 특별하고 맛있었습니다. 떡과 함께 맛본 식혜는 ‘쌀이 들어간 달콤하고 낯선 음료’처럼 느껴졌어요. 제 입맛에 가장 맞았던 건 한국식 빙수였습니다. 한국 디저트 가게의 빙수들은 모양도 화려하고 맛있어서 고향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가끔 데려가곤 합니다. 참! 한국 사람들은 싱가포르로 여행을 가면 대패로 간 것처럼 부드러운 싱가포르식 빙수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반대로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식 빙수가 새롭고 맛있다고 하고요.(웃음)

 

< 사진 2 >리셴룽 총리 부부와 함께, 응켕렝 셰프(좌측 아래)

 

Q.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부부가 카페에 방문한 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오신다는 말 없이 깜짝 방문하신 건가요?

훨씬 전부터 주한싱가포르대사관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총리 부부께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에 오실 때 대사님이 직접 두 분을 모시고 저희 가게에 방문하실 예정이라고요. 그리고 방문 일주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경찰관들과 싱가포르 경호원들이 가게 내부의 보안을 확인했으니 깜짝 방문은 확실히 아니지요.(웃음) 

   총리 부부와 대사님께서는 아보카도 음료와 경단, 그리고 판단 케이크를 드셨습니다. 다들 한국에서 싱가포르 전통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모든 메뉴를 수제로 만들어 싱가포르의 맛을 한국 사람들과 나누고 있는 점을 특히 기뻐하셨습니다. 그날 저희는 가게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또 한국의 좋은 문화 등에 관해 오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Q. 긴 시간 동안 한국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며 겪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국의 기업으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모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습니다. 백화점에 점포 하나를 내기 위해서는 식품제조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장부터 물류와 매장을 담당할 직원들이 추가로 필요한 등, 매장 하나를 더 짓기 위해 따라오는 일들이 아주 많았거든요. 외국인인 제가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사업가가 되느냐, 지역 맛집의 셰프로 남느냐의 기로에 선거지요. 우선은 후자를 선택해 모든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저희 가게를 좋게 봐주셨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제안을 수락하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Q. 2017년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된 아세안 창립 50주년 기념 ‘아세안 음식 축제’에 싱가포르 대표 요리사로 참석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

기념행사는 코엑스에서 4일간 열렸습니다. 아세안 각 나라의 정부가 인지도 있는 유명 셰프들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참가자분들께 음식과 디저트를 대접하는 축제였습니다. 싱가포르관광청에서 저희 가게를 강력하게 추천하여 참가하게 되었는데, 싱가포르를 대표해서 이런 큰 행사에 참가하게 된 것이 너무 놀랍고 기뻤답니다. 밀크티와 카야토스트 등 싱가포르의 디저트와 음료를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소개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하고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

 

Q. 셰프님께서 느끼시기에 싱가포르와 한국이 문화적으로 서로 다르거나, 비슷한 점은 각각 어떤 게 있었나요?

눈에 바로 띄는 차이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땅의 크기가 작고, 일 년 내내 여름이며,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과 달리 여러 인종이 한데 모여 삽니다. 문화적으로는, 제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 그런지 특히 두 나라의 ‘식문화’가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싱가포르의 음식은 여러 나라의 음식 문화가 많이 섞여 있고, 요리할 때 사용되는 식재료가 그만큼 다양하지만 한국에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은 유교사상입니다. 효를 중시하고 개인보다는 가족 중심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닮았어요. 추석, 설날, 동지가 있는 것도 같답니다. 한국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먹고, 싱가포르에서는 탕위안이라 불리는 경단을 먹는 정도의 차이를 제외하고요.(웃음)

 

< 사진 3 >싱가포르식 흑임자, 피넛 경단
< 사진 4 >판단 케이크

 

Q.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못하니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영어를 공용어처럼 쓰지만,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힌 느낌이었죠. 또, 사업 비자를 받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신청 절차도 까다로울뿐더러 가게를 먼저 오픈한 후 법무부에 사업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당시에 ‘외국인이 한국에서 외국인 법인을 세워 카페를 운영한 사례가 없어서 비자가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담당자의 말은 지금도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정성껏 준비하여 매장을 오픈했는데 비자가 안 나오면 매장을 닫고 싱가포르로 돌아가야 했으니까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주변 분들도 많이 도와주신 덕에 차근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한국에서 싱가포르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셰프님의 디저트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삼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싱가포르의 디저트와 음료는 낯설게 느껴지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선뜻 접근하기 어려워하시는 것을 느꼈거든요. 평상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나라의 외국인 셰프와 음식이었으니까요. 언젠가는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디저트를 부담 없이 경험하고 친근히 여길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Q. ‘아세안문화원’은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세안 10개국의 문화, 소식 등을 한국에 알리고 국가 간 소통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한국에 사는 싱가포르인으로서 아세안문화원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제 가게에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외국 손님들이 꾸준히 방문하십니다. 단순히 식사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의 어느 지역에 가면 어떤 음식이 있고 맛은 어떠한지, 또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지요. 만약 이런 ‘만남의 장소’를 아세안문화원에서 온라인 카페 형태로 만들어주신다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외국인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유익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응켕렝 셰프님 외에도 한국이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싱가포르 사람들, 또 아세안인들이 많습니다. 끝으로 이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언어와 음식 등 많은 것들이 모국에서의 문화와 달라 힘들겠지만, 어느 나라건 하루하루 성실히 생활하고 그곳의 모습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