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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동서양을 잇는 푸른 항구 도시, ‘호이안 고대 도시’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에는 축적된 시간만큼 아름다운 유적지가 많습니다. 천혜의 자연 생태를 볼 수 있는 ‘하롱베이’, 번성했던 참파 왕국의 대규모 사원단지가 남아있는 ‘미선’ 등 긴 역사가 진하게 밴 베트남의 유적지들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둡니다. 그중에서도 투본강 하구에 자리 잡은 ‘호이안 고대 도시(Hoi An Ancient Town)’는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무역항의 모습이 훼손 없이 완벽하게 보존된 항구도시로서 지금도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호이안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항구와 무역 중심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15세기에는 참파 왕국의 주요 항구가 되었습니다. 당시 호이안은 ‘파이포(Fayfo)’, ‘하이포(Haifo)’, ‘카이포(Kaifo)’, ‘파이푸(Faifoo)’, ‘페이크포(Faicfo)’, ‘호아이포(Hoai ph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국제적 무역항이었습니다. 그리고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아시아와 유럽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마침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적,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 번성하였습니다.
이곳의 건축물은 여러 문화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는 점 외에, 상당부분 나무로 건설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이안에 터를 잡은 중국 광둥성 출신 상인들이 친목을 도모했던 광조회관과, 상인과 현지인 간의 활발한 왕래를 위해 지어진 아치 형태의 다리 내원교도 목조 건축물입니다. 일반 가옥 역시 목재에 타일 장식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기와지붕이 있는 전통적 목조 양식으로 건축되었습니다. 17~18세기에 제작된 호이안의 목조 건축물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재건되었지만, 철과 콘크리트 등 현대적인 재료로 교체하지 않고 처음 지어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19세기까지 베트남의 주요한 항구로 명성을 유지하던 호이안은 세기가 끝날 무렵, 거대 선박이 등장함에 따라 포구가 넓은 ‘다낭’ 등 다른 지역들에 그 자리를 내어줍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호이안이 항구 도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무역항의 모습을 오히려 선명히 보존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원래의 경관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현대적인 모습으로 항구를 탈바꿈한 다른 지역들과 달리, 옛 항구 도시의 자취를 간직한 호이안 고대 도시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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