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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에서

[KF 우편함] 가사문학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기회

김혜정(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 교수)



한국국제교류재단 방한연구펠로십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무척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여성문학을 중심 주제로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해 왔고, 그 와중에 조선시대 여성문학 연구의 일환으로 규방가사에 대한 책을 출판하게 됐습니다(Obras de mujeres en la Dinastía Chosŏn: Kasa de alcoba, 2017, Ed. Arcibel). 그렇지만 스페인어권에서는 정작 기본적인 가사문학에 대한 정보나 이 장르의 정점인 정철의 작품이 소개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가사문학의 기본 이론을 정립하고, 최종적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교육자료를 집필하고 출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이것이 이번 방한연구의 목표였습니다.

입국 시기인 2021년 2월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어려움이 컸습니다. 15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토론과 회의에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민족문화연구원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캠퍼스 교원기숙사에 둥지를 틀고, 방대한 도서관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다양한 연구논문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사문학과 관련된 주요 자료를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었으며, 이후 학생들에게 이 분야의 연구서 목록을 정리해서 제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가사문학 입문서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가사의 기원에 대한 연구도 일보 진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경기체가와 관련된 가사문학의 효시론과 더불어, 가사문학이 불교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화청이라는 제식가 형태에 전통민요 리듬을 얹은 교술가 형식이라는 이론을 연구하게 된 것이 이번 방한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군가사와 유배가사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와 자문을 구할 수 있었기에 매우 만족스럽고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제한국언어문제연구소 자문위원으로 초대받아 참여하고 있으며, 살라망카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협력교류협정에 서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운 시기에 연구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이해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