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외교관 펠로십 서울 체류기 1

어릴 때부터 나는 항상 세계 모든 나라의 역사, 지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북적대는 대도시에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생활은 기대가 되는 한편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아 걱정되기도 했다. 사실 그런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한국 인구의 약 5분의 1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선 어딜 가든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서울에 살면서 대도시에 대한 나의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기 전부터 조선왕조의 수도였다. 세월이 흐르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이 도시는 수많은 고층빌딩과 아파트,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복잡한 도로와 지하철이 있는 발전된 현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서울은 매우 독특한 대도시로 변했다. 현대적인 대도시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과거의 향수 어린 흔적들로 가득하다. 이 도시에서는 초현대적인 건물과 나란히서 있는 옛 건축물을 지금도 볼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이 오늘날의 현대화와 경제성장의 상징물들과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보낸 나의 1년은 정말 잊을 수 없고 즐거운 모험이었다.



5대 궁궐과 함께 서울 둘러보기
내가 마침내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외교관 대상 한국언어문화연수 외교관 펠로쉽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자 우리 사무실에서는 내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할 임무를 맡겼고, 나는 정말로 이 두 가지 모두를 즐거운 마음으로 배웠다. 주말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냈다. 서울에는 쇼핑이나 다른 여가 활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 정말 많다. 물론 나도 이런 것들을 즐겼지만, 나의 주요 관심사는 문화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이었고, 서울에는 그런 곳이 정말 많았다. 암사동의 선사 유적지, 여러 왕조의 왕릉, 서울 성곽, 동쪽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에서 조선의 왕궁에 이르기까지 나는 서울에서 1년간 지내면서 이런 곳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녔다.
나는 서울에 있는 문화유산, 특히 조선왕조의 5대 궁궐과 종묘에 가는 것을 늘 좋아했다. 가장 처음 가본 궁궐은 서울시청 바로 앞에 있는 덕수궁이다. 다른 궁궐에 비해 덕수궁은 꽤 작은데, 사실은 원래 크기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난 덕수궁 안에 있는 커다란 종과, 봄이면 길거리를 물들이는 벚꽃을 좋아한다. 가장 좋은 건 사실 궁 밖이다. 바로 ‘서울에서 가장 우아한 길’이라고 하는 덕수궁 돌담길이다. 이 길은 정말 사랑스러운 산책길인데, 특히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황금색으로 변한다. 눈이 오는 날 이 길을 함께 걸어간 연인들은 나중에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눈으로 하얗게 덮인 덕수궁 돌담길은 너무나 멋지다.
그 다음으로 가본 곳은 5대 궁궐 중 가장 훌륭한 조선왕조의 심장, 경복궁이다. 조선왕조 조정의 중심이었던 이곳에서 나는 6세기 동안 군림했던 조선 왕들의 옥좌, 아름다운 경회루와 향원정 연못, 시내를 내려다보는 광화문 등 많은 것을 보았다. 경복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왕조의 안녕을 위해 토신과 곡신에 제를 올리던 사직단도 발견했다. 경복궁 다음으로 가본 궁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창덕궁이었다. 나는 이 궁이 가장 넓지는 않지만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섯 궁궐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수세기가 지났어도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갔을 때는 봄이 한창이었는데, 활짝 핀 진달래가 창덕궁 뒤쪽의 비원을 장엄하고 아름답게 물들어놓았다. 네 번째 궁인 창경궁은 우연히 발견했다. 조선왕조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왕가의 조상들에게 매년 제를 올리는 곳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한 종묘에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다. 종묘 후문에 창경궁과 연결된 다리가 있는데, 창경궁에서 연못과 탑들을 보니 너무 좋았다. 다섯 번째 궁은 경희궁이었다. 일제에 의해 파괴되어 원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경희궁은 여전히 조선 왕실의 삶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서울의 왕릉에서 여가 보내기
서울시가 서울에 있는 유적을 학습과 관광의 장소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방식은 감탄을 자아낸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특히 서울에 자리한 옛 무덤인 왕릉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조금 으스스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서울시는 이런 곳을 관광객을 위한 공원으로 바꿔놓았다. 많은 서울 시민들이 소풍을 가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또는 그저 구경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런 능에 가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이렇게 그들의 조상과 여전히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조선 왕조의 두 왕이 묻혀 있는 선릉과 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로 등재(조선 왕릉 40기 전부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음)되어 있다. 이곳은 보존이 잘 된 역사 유적지이자 여가 생활을 위한 쾌적한 공원이기도 하다. 나는 선릉 밖에 있는 서로 다른 양식의 방이동 백제 시대 무덤과 석촌 고구려 양식의 무덤에서도 나의 ‘여가 생활’을 보냈다.

학생이자 여행을 즐기고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서울에서 보낸 1년은 정말 내게 즐거운 순간과 교훈을 많이 안겨주었다. 우리나라 인도네시아는 역사와 문화 유적이 엄청나게 풍부한 곳이다. 한국 정부가 한국의 옛 유적을 학습과 관광을 위한 역사 문화 유적지로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는지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