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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복 정장’ 처음으로 선보인 김리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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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정장’ 처음으로 선보인 김리을 대표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브랜드 ‘리을’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김리을입니다. 저는 디자인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방식대로 표현한다’로 정의하는데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제 생각을 한복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한 적 없던 '한복 정장'을 만들어서 화제가 됐어요. 한복 정장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저는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당시 전주 한옥마을이 새롭게 리뉴얼되면서 전통한복을 대여하는 시장이 새롭게 생겨났죠. 외국인들에게 왜 한복을 대여해서 입는지 물으니 “원단이 진짜 예쁜데, 너는 불편해서 안 입는구나”라며 오히려 저에게 역질문을 하더군요. 그때까지 저는 단순히 19세기의 전통한복은 21세기 사람들이 입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서양에서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쭉 정장을 입잖아요. 그래서 한복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어서 대여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동대문시장에서 제 마음에 드는 원단을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던 정장 한 벌을 들고, 제가 생각하는 옷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을 3개월 동안 수소문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3.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문 외국인 모델 사진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2016년에 큰 화제가 됐어요.

한복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었으니 사진과 영상을 찍고 SNS에 홍보해 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올렸는데 일주일 만에 ‘좋아요’를 2만 개 받았어요. 한복 원단으로 정장과 라이더 재킷 등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적인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갓과 곰방대 등의 소품을 사용했고, 유색 인종을 모델로 내세워 외국인에게도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걸 표현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뉴발란스에서 마케팅 요청이 들어와 모델 한현민 씨와 함께 비슷한 콘셉트로 광고를 찍었습니다. 마케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회사를 차렸고, 여러 대기업의 광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4. 대표님이 생각하는 한복의 멋과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복 정장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연예인들이 한두 명씩 찾아와 제작 요청을 했어요. ‘왜 패션을 전공하지도 않은 나를 찾아올까?’라는 생각에 한복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통한복의 멋은 두 가지예요. 라인과 원단의 멋이죠. 흔히 생활한복이라고 부르는 개량 한복은 전통한복의 라인을 살린 거예요. 평상시에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면 소재를 사용해 저고리와 치마를 만들죠. 반면 저는 전통한복의 원단을 가지고 현재 우리가 입고 있는 정장이나 청바지, 테니스 치마, 라이더 재킷 등을 만듭니다. 개량 한복이 전통한복의 라인을 살린 거라면, 제가 하는 일은 전통한복이 가진 원단의 멋을 살리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1세기 한복이라고 하죠. 한복 정장을 통해 한복 시장을 넓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브랜드 리을을 만들게 됐습니다.


5. 리을은 어떤 곳인가요? 또 리을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리을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닌 한글과 한복을 통해 제대로 된 한국을 알리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일을 하는 만큼 브랜드 이름도 한국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 훈민정음이 무척 위대한 글자라는 건 잘 아는데, ㄱ, ㄴ, ㄷ, ㄹ을 보여주면 한글 자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영어보다 더 많이 쓰는 게 아라비아 숫자이다 보니, ㄹ을 보여주면 대부분 “숫자 2”라고 답하죠. 그때 “이게 네가 알고 있는 훈민정음의 리을이라는 글자야”라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한글과 한복으로 이끌 수 있죠. 저는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한글과 한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곧 국가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비 효과가 되어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겠죠.


6. BTS, 펩시,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많은 다국적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맥라렌’과 작업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개 디자이너가 자동차와 아트카 작업을 할 때 화려한 색을 써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상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 끝에 수묵화 기법을 활용해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우리나라의 절경을 그려 한국의 사계절을 외관에 표현했습니다. 실내는 자개와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했고요. 저는 한국적인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을 훼손하지 않고 이를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미를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7. BTS부터 대선 후보까지 한복 정장을 입은 유명인이 많습니다. 각국의 주한 대사를 위한 한복 정장도 만드셨다고요?

주한 대사관에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대사님을 아는 분들이 선물로 주문하기도 합니다. 9년간 50개국에서 문의가 들어왔고, 30개국의 대사님들께 한복 정장을 전달했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사님들이 공식 석상에 입고 나가신 모습을 보고 다른 대사님들께서 연락을 주시기도 합니다.


8.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리을을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을에서는 한복 정장 외에도 대우건설과 함께 건물 디자인을 진행하고, 한국에서만 나오는 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백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데, 이 백옥을 파면 옥정수라는 물이 나옵니다. 이 물을 리을에서만 판매하고 있죠. 이처럼 한국과 관련해 의식주를 아우르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2016년 SNS에서 화제가 됐던 흑인 모델의 한복 양장 화보


 

수묵화 기법으로 외관을 표현한 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