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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큐에 담은 선한 영향력: 당구 여제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Sruong Pheavy)
등록일 : 2021.10.06 조회수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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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내가 할 테니 너는 당구를 배워보는 게 어때?” 곧은 자세, 빛나는 집중력. 큐대를 잡은 피아비 씨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건 남편 김만식 씨였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갑니다. 그곳에서 처음 큐대를 잡은 순간, ‘좋아하는 동시에 잘하는 일’을 찾게 됩니다. 남편의 외조와 함께 3만 원짜리 큐대로 매일 12시간이 넘는 연습을 시작한 그녀는 입문한 지 불과 5년 만인 2016년, 프로로 데뷔해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 앞에 흔히 ‘당구 여제’라는 수식어가 붙는답니다.

 

 최근 그녀는 지금껏 모아온 상금과 후원금으로 학교 부지 3천 평을 샀습니다. ‘고향인 캄보디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겠다’는 소망에 한 발짝 다가선 것입니다. 피아비 씨의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연맹이 없던 캄보디아에 캄보디아당구연맹이 창설됐고, 당찬 그녀를 따라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갑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은 늘 그 바탕에 캄보디아를 향한 애정과 한국에 대한 감사를 품고 있습니다. 모국과 새로운 터전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 살아가는 피아비 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서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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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6년도에 프로로 데뷔한 후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닐 때, 정작 캄보디아에 당구연맹이 없다는 이유로 국제대회 출전은 어려웠었죠. 소식을 들은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아들이 관심을 보였고, 2018년 6월 캄보디아당구연맹이 만들어졌어요. 정말 대단한 일인데요,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아 따로 언급은 못 하겠어요. 저 혼자의 힘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캄보디아 국민의 희망이 되라는 뜻이자 한국분들의 성원이 이런 좋은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피아비 씨 덕분에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워가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힘든 일이 정말 많을 거에요. 하지만 체력적 한계와 인내가 필요한 게 스포츠인의 기본소양입니다. 바가바드기타(힌두교 3대 경전의 하나로 꼽히는 철학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행동해야 하는 시기엔 의심을 버려야 해요. 항상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Q. 작년에 방영된 ‘인간극장’에서 남편분이 “피아비가 인쇄소 일을 하고 내가 당구만 배웠으면 더 잘했을 거다” 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당연히 농담이었겠지만 남편의 도발에 대한 피아비 씨의 솔직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남편이 인쇄소 일을 도맡아 하고 저는 당구만 쳤어요. 덕분에 하루 대부분을 당구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어요. 게다가 남편에겐 당구를 잘하는 친구가 많았고, 그렇다 보니 ‘맹모삼천지교’처럼 주변 환경이 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 것 같아요. 투지와 열정이 있다면 남편은 물론,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피아비 씨는 정말 친화력이 좋은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주변 분들과 서먹했던 시절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가족들, 또 당구 관계자들과 어떻게 서로 가까워졌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저도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장벽’이었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남편이 옆에서 제 의도를 정확히 알아채 전달해줬어요. 남편을 중간다리로 두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 역시 저를 위해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제 친화력이 좋다기보다는 운 좋게 제 주변이 전부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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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남편 김만식 씨가 몇 년 전 피아비 씨에게 “살림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당구를 배워보는 게 어때?” 라고 제안했다는 말이 굉장히 로맨틱하게 들렸어요. 피아비 씨가 지금껏 남편분께 들었던 말 중 가장 좋았거나 기억에 남는 말은 뭔가요?

 제가 TV 속 캄보디아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요. 그때 남편이 말했어요. “당신은 당구 실력으로 저들을 도울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그 이후 전 정말 당구만 쳤고, 어느 순간 정말로 그들을 돕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다하던 그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Q. 피아비 씨 외에도 한국이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캄보디아 사람들, 또 아세안인들이 많아요. 끝으로 이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문화 가족입니다. 이제 우리의 2세들이 생겨나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 많은 다문화인이 이제는 도움을 받던 자리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든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면서 발전해가길 바랍니다. 소망 가운데 희망이 있으니 충분히 꿈꾸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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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특급, 한국의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씨는 현재 대한민국 여자 3쿠션 최강자로 활약하는 동시에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