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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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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2

프놈펜의 건축학개론 - 프놈펜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통해 캄보디아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프놈펜 왕궁  앙코르와트가 캄보디아 건축미의 전부는 아니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또 다른 상징적인 건축물을 기억하자. 크메르의 금빛과 은빛, 프놈펜 왕궁 프놈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적은 단연 프놈펜 왕궁(Phnom Penh Royal Palace)이 아닐까. 우동(Odon)에서 프놈펜으로 수도를 옮긴 후 노로돔 왕(King Norodom)의 명으로 1866년~1870년에 세운 캄보디아 왕국의 왕궁이다. 크메르 전통 양식으로 건축한 궁전은 금빛으로 빛나는 삼각 지붕이 특징이다. 약 17만5000m2의 거대한 부지에 국왕이 거주하는 크마린 궁전과 외국 사절단을 맞이하는 스론홀을 포함해 10여 개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바닥에 은으로 만든 타일이 깔린 실버 파고다는 노로돔 왕 시절인 1892년에 처음 건축되었고 1962년 노로돔시하눅 왕(King Norodom Sihanouk)이 오늘날의 웅장한 모습으로 재건하였다. 왕은 아름다운 크메르 예술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실버 파고다 바닥에 5300장이 넘는 은 타일을 깔았으며 사용한 은의 총 무게만도 6톤이 넘는다. 사방이 뚫린 찬차야 파빌리온(Chan Chhaya Pavilion)에서는 크메르 전통 무용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길이길이 기억되리, 독립기념비 노로돔 거리(Norodom Boulevard)와 시하눅 거리(Sihanouk Boulevard)가 만나는 곳에 우뚝 선 독립기념비(Independence Monument)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캄보디아의 신크메르 건축문화(New Khmer Architecture)를 이끈 저명한 건축가 반 몰리반(Vann Molyvann)이 크메르 양식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살려 만든 걸작이다. 앙코르와트에 있는 연꽃 석탑을 모티프로 한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캄보디아의 독립기념일인 11월 9일에 국왕이 거대한 횃불을 탑 안에 놓는 기념 의식을 진행한다.    독립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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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1

동서양을 잇는 푸른 항구 도시, ‘호이안 고대 도시’ ​​ 호이안 고대 도시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에는 축적된 시간만큼 아름다운 유적지가 많습니다. 천혜의 자연 생태를 볼 수 있는 ‘하롱베이’, 번성했던 참파 왕국의 대규모 사원단지가 남아있는 ‘미선’ 등 긴 역사가 진하게 밴 베트남의 유적지들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아둡니다. 그중에서도 투본강 하구에 자리 잡은 ‘호이안 고대 도시(Hoi An Ancient Town)’는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무역항의 모습이 훼손 없이 완벽하게 보존된 항구도시로서 지금도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호이안에는 기원전 2세기부터 항구와 무역 중심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후 발전을 거듭하며 15세기에는 참파 왕국의 주요 항구가 되었습니다. 당시 호이안은 ‘파이포(Fayfo)’, ‘하이포(Haifo)’, ‘카이포(Kaifo)’, ‘파이푸(Faifoo)’, ‘페이크포(Faicfo)’, ‘호아이포(Hoai ph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국제적 무역항이었습니다. 그리고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아시아와 유럽 상인들이 유입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마침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적,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 번성하였습니다.   내원교     이곳의 건축물은 여러 문화가 아름답게 어우러졌다는 점 외에, 상당부분 나무로 건설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이안에 터를 잡은 중국 광둥성 출신 상인들이 친목을 도모했던 광조회관과, 상인과 현지인 간의 활발한 왕래를 위해 지어진 아치 형태의 다리 내원교도 목조 건축물입니다. 일반 가옥 역시 목재에 타일 장식을 더한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기와지붕이 있는 전통적 목조 양식으로 건축되었습니다. 17~18세기에 제작된 호이안의 목조 건축물들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재건되었지만, 철과 콘크리트 등 현대적인 재료로 교체하지 않고 처음 지어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19세기까지 베트남의 주요한 항구로 명성을 유지하던 호이안은 세기가 끝날 무렵, 거대 선박이 등장함에 따라 포구가 넓은 ‘다낭’ 등 다른 지역들에 그 자리를 내어줍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호이안이 항구 도시의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무역항의 모습을 오히려 선명히 보존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원래의 경관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현대적인 모습으로 항구를 탈바꿈한 다른 지역들과 달리, 옛 항구 도시의 자취를 간직한 호이안 고대 도시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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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2

행복의 여명, 수코타이 역사도시 수코타이 역사공원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태국 최초의 독립왕국은 13세기 타이족이 세운 ‘수코타이(Sukhothai)’였습니다. 수코타이는 타이인들로부터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은 람캄행(Ramkhamhaeng)의 통치 시기에 전성기를 맞았으며, 현재 태국 규모와 비견될 만큼 넓은 영토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상좌부불교의 계율을 엄격히 준수하여 왕권 통치의 근간을 확립하고 민중 신앙의 깊이를 더했으며, 타이 문자를 만들어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문화를 꽃피우는 등, 태국 역사의 큰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수코타이 역사도시’는 수코타이 왕국의 대표적 유적지입니다. 이 유적지는 수도 ‘수코타이’, 왕족 거주지 ‘시사차날라이(Si Satchanlai)’, 수도를 지키던 전략적 요충지 ‘깜펭펫(Kampheng Pet)’ 등 람캄행 왕국의 주요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주로 치장용 벽토와 나무로 장식된 벽돌로 지어졌으며, 신할리 족(Shinhalese)이나 크메르 족의 건축양식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여러 요소가 능숙하게 혼합된 ‘수코타이 건축 양식’에는 불교 예술과 스리랑카 건축 양식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왓 마하탓 사원의 불상    수코타이 역사도시에서 가장 큰 사원은 왕족 사원과 묘지가 있는 ‘왓 마하탓(Wat Mahathat, 위대한, 거대한)’입니다. 이곳에는 198개의 탑과 10개의 법당, 그리고 아름다운 불상들이 있습니다. 왓 마하탓의 불상은 달걀처럼 갸름한 얼굴형과 온화한 미소를 지녔습니다. 그중에서도 길고 가는 코와 머리 위로 불꽃처럼 돌출된 육계(usnisha), 입 주위의 주름 2개는 최초 수코타이 양식의 특징을 잘 나타냅니다. 특히, 길게 뻗은 손끝의 유려한 곡선은 지금까지도 이곳 불상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상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1991년, 수코타이 역사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면적 118.5km²의 이 거대한 역사 도시는 현재 ‘수코타이 역사공원’으로 남아 찬란했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시로부터 십수 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우리는 역사 속 태국과 현재의 태국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찬란했던 유적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태국인들은 가족들과 유적 주변을 산책하고 불상 앞에서 참배하는 일상을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태국어로 ‘행복의 여명’을 뜻하는 ‘수코타이’, 그 이름처럼 태국 역사의 떠오르는 빛이자 시작점인 ‘수코타이 역사도시’는 오늘도 여명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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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4

화합의 나라, 싱가포르에는 페라나칸이 산다 카통 지구의 페라나칸식 가옥 감수: 싱가포르관광청 공식 홍보대행사 시너지힐앤놀튼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를 형성한 문화적 토대, ‘페라나칸(Peranakan)’을 아시나요? 동서양을 잇는 교차로이자 훌륭한 무역항인 싱가포르는 대항해시대 이후 중국, 인도네시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국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페라나칸은 아이를 뜻하는 말레이어 ‘아나크(anak)’에서 유래한 말로,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과 그 문화를 일컫습니다. 15세기 전후 말레이반도의 현지 여성과 말라카 섬에 정착한 중국 상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이 대다수이며, 페라나칸 남성은 바바(Baba), 여성은 논야(Nyonya)라 칭합니다.     싱가포르의 ‘카통 지구(Katong Area)’는 오래전부터 페라나칸의 보금자리였습니다. 페라나칸식 건물이 잘 보존된 카통 지구는 페라나칸 문화를 경험하기 좋은 곳으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나란히 줄지은 아기자기한 건물에 시선을 사로잡히곤 합니다. 특히 밝은 파스텔톤부터 분홍과 연둣빛의 과감한 보색 조합으로 꾸며진 페라나칸식 주택은 가옥 한 채에 여러 나라의 문화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중국식 유약 타일에 일일이 꽃무늬를 새겨 붙인 화사한 외벽, 지중해식의 둥근 창틀과 처마 밑의 뾰족한 장식 등은 정교한 페라나칸식 가옥의 특징입니다. 카통 지구를 멀리서 보면 마치 가장 아름답고 섬세한 장식품들을 간직해둔 화려한 장식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타이박  l  출처: Roadtrippers.asia / MDM.KIOW CENDOL    페라나칸은 그들의 전통 음식도 화려한 색감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 맛도 풍부합니다. 페라나칸은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맛을 융합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요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들의 음식은 주로 중국식 재료와 조리법에 매운 칠리소스, 코코넛밀크, 레몬소스와 같은 말레이 반도와 인도네시아의 자극적인 양념이 섞여 만들어집니다. 후식으로는 달콤한 국수 타이박(Tai bak)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타이박은 쌀가루와 타피오카 가루 반죽으로 국수를 뽑은 후, 시럽을 넣은 차가운 물에 얼음과 곁들여 먹습니다. 주로 생일이나 결혼식의 후식으로 마련되며 이때 타이박 면의 색깔은 분홍색, 흰색 등을 사용합니다. 타이박뿐 아니라 페라나칸 디저트는 그날 행사의 분위기에 따라 형형색색 색상이 다양합니다. 주로 결혼식 등 경사가 있는 날엔 밝은 분홍색과 흰색을, 장례식 등 슬픈 날에는 파란색을 사용하여 각각 축하와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화합을 통해 성장한 혼합문화의 긍정적 결실입니다. 페라나칸과 이들의 문화는 싱가포르가 지닌 수용과 상생의 정신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한 나라에서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싱가포르, 그곳엔 일찍부터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페라나칸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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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2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 - 자연에 인간의 지혜를 더한 절경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쌀밥은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자 주식(主食)입니다. 다른 곡물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고 영양학적으로 훌륭하며 맛도 담백하기 때문에 단연 인기입니다. 필리핀의 루손 섬 이푸가오 지방에는 필리핀 사람들의 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불가사의하고 아름다운 절경이 있습니다. 논이 존재할 수 없는 험준하고 가파른 산비탈에 끝도 없이 펼쳐진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Rice Terraces of the Philippine Cordilleras)’이 바로 그것입니다.     루손 섬의 코르딜레라스 산맥에 계단식 논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약 2,000년 전입니다. 원래 평지와 강가에서 농사를 짓고 수렵생활을 하던 이푸가오족은 무더운 저지대를 벗어나 코르딜레라스 산맥 깊숙한 곳에 도달했습니다. 산악지역인 코르딜레라스는 기온이 낮아 날씨가 시원했으며 산꼭대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은 이들이 사용하기에 넉넉했습니다. 다만 농사를 지을 만한 평지가 없었는데, 이푸가오족은 농업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묘수를 떠올렸습니다.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     이푸가오족은 산의 등고선을 따라 크고 널찍한 표지석(Marker stones)을 깐 후, 경사진 틈새 사이사이를 작은 자갈로 촘촘하게 메웠습니다. 단단한 나무로 주변 땅을 다지고, 바로 옆에는 같은 높이의 돌담도 쌓았습니다. 그 위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으며, 진흙을 발라 견고한 논둑을 완성했습니다. 둑 안으로는 물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는데, 관개 시설이 닿지 못하는 논에는 대나무 관을 이용해 별도의 물길을 냈습니다. 이푸가오족은 산꼭대기에서 시작된 물이 한 계단에서 그 아래 계단으로 막힘 없이 흐르게 하였으며, 각각의 논에 동등한 양의 물이 배분되도록 조절하는 놀라운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수많은 논에 하나하나 빠짐없이 물을 전달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관개 시설을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푸가오족이 세대를 거듭하며 아주 오랜 기간 만들어낸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논과 가장 낮은 논 사이의 거리가 1킬로미터에 달할 만큼 규모가 커졌습니다. 사실 계단식 논은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구조는 아닙니다. 고지대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계단식 논의 형태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에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해발 700~1,500m의 매우 높은 지대의 깎아지른 듯한 경사면에 조성되었으며, 그 규모도 세계 최대입니다.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도, 1천 세대에 걸쳐 내려온 그들의 지식과 경험이 빚어낸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무르익은 벼  l  출처: Rice terraces, Bali, Indonesia / Shark Attacks / CC By 2.0      코르딜레라스에서는 지금도 쌀농사가 계속됩니다. 이곳 사람들은 선조가 일군 삶의 터전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연간 농업 계획에 따라 자신들만의 규율을 지키며 협업합니다. 하늘에 닿을 듯 켜켜이 쌓아 올린 이곳의 계단식 논은, 심미적으로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 가능한 농사 체계’로 그 기술력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코르딜레라스의 계단식 논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이 탄생시킨 경이로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이푸가오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내려온 발자취이자 자신이 나고 자란 터전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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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4

파인애플로 만든 필리핀 전통 의상 ‘바롱 타갈로그’ 바롱 타갈로그를 착용한 필리핀 남성 글: 앤 킴 (프리랜서 작가, 필리핀 문화정보 사이트 ‘콘텐츠 스튜디오 필인러브’ 운영)  옷을 만드는 일은 레드 스패니쉬 파인애플(Red Spanish pineapple)의 길쭉한 잎사귀를 수북하게 모으는 것부터 시작된다. 진한 초록색의 파인애플 잎으로 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준비물은 세 가지. 고난도의 섬세한 기술과 정성, 그리고 시간이다. 파인애플 잎은 억세지만, 코코넛 껍질이나 조개껍데기 등과 같이 단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겉껍질을 깨끗하게 제거하면 ‘식물 올실’을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피 섬유가 바로 옷감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물에 씻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흰색이 될 때까지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보송보송해질 때까지 햇살에 말린다. 다음은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섬유의 가닥 한 올 한 올을 비벼서 서로 연결한 뒤 길게 엮어야 한다. 이 실이 엉키지 않도록 실패에 가지런히 감아두면 비로소 제작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천을 짜는 일에는 파가보(paghaboe)라고 불리는 직립형 2단 베틀이 이용되는데, 베틀에 걸터앉아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나면 자연적으로 반투명하고 연한 노란색을 띤 피나(piña) 천이 완성된다. 드디어 바롱 옷을 지을 준비가 끝난 것이다.     지난 2017년 필리핀 순방 중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 갈라 만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사진을 보면 연한 베이지 컬러의 옷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장국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하는 관례에 따라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고 만찬에 참석한 것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옷은 바로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와 ‘바롯 사야(Baro’t Saya)’라는 이름의 필리핀 전통의상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격식을 갖춘 자리에 입는 필리핀 민족의상으로, 보통은 줄여서 바롱(Barong)이라고 부른다.  피냐(파인애플) 섬유로 제작한 연 노란빛 원단     ‘바롱 타갈로그(Barong Tagalog)’는 머리부터 입는 형태의 남성용 풀오버 셔츠로 가슴 부근에 화려한 수공예 자수 장식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품이 넉넉한 긴소매 셔츠이며 허리 약간 아래 길이로 입는다. 속이 비치는 얇은 직물이 사용되기 때문에 속 안에 입을 흰색 셔츠를 준비해야 한다. 하의로는 허리띠가 있는 정장 바지를 입게 되는데, 바롱 밑단을 바지 안으로 넣지 않고 밖으로 내놓고 입는 것이 예의이다.       전통 방식의 바롱은 피냐(파인애플)나 아바카(마닐라삼), 혹은 바나나에서 인피 섬유를 채취하여 제직한 직물로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피냐 직물로 만든 바롱을 최고로 여긴다. 투명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얇고 가볍지만 내구성이 강하고 착용감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물을 제조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아서 소재 자체가 희귀한 데다가 가격이 매우 고가인지라 요즘은 실크나 면, 폴리에스터 등을 섞어 만든 천을 주로 사용한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바롱    바롱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입기 시작한 옷이지만, 미국으로부터 독립 후 라몬 막사이사이 전 대통령이 즐겨 입으면서 대중화되었다. 21년간 필리핀을 장기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도 바롱 셔츠를 즐겨 입었는데, 바롱 입기를 권장하기 위해 바롱 타갈로그를 민족의상으로 지정하는 포고령(Proclamation No. 1374)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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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5

미얀마의 팔만대장경, 마하라우카마라제인(쿠도도)의 석장경 불탑 쿠도도 파고다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약 135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는 전 세계에서 불교의 역사가 가장 깊고 오래된 나라 중 하나로, 수많은 불교유적을 자랑합니다. 우리나라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미얀마에는 ‘마하라우카 마라제인(쿠도도) 석장경 불탑’, 이른바 ‘쿠도도(Kuthodaw) 석장경 불탑’이 있습니다. 미얀마 만달레이에 위치하여 눈부시게 하얀 자태를 뽐내는 쿠도도 석장경 불탑은 ‘쿠도도 석장경’이라는 특별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습니다.    쿠도도 석장경  l  출처: Kuthodaw Pagoda - Mandalay, Myanmar / Kathy / CC By 2.0    ‘쿠도도 석장경’은 불경 전체를 새겨 넣은 무려 729점의 석판 모음집입니다. 수많은 승려들과 전문 공예가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 놀라운 석판 모음집은 완성까지 약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1868년 대중에게 공개된 후, 1871년 민돈(Mindon, 재위 기간 1853~1878) 왕이 제5차 불교 경전결집 대회라는 역사에 깊이 기록될 큰 불교회의를 소집하여 729점의 석판 위에 새겨진 전체 티피타카(Tipitaka, ‘삼장(三藏)’)를 공인했습니다. ‘쿠도도 석장경’은 729채의 ‘쿠도도 불탑’ 속에 지금까지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덕분에 이 불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책’으로 불립니다.    ‘쿠도도 석장경’은 미얀마의 역사와 불교 공동체의 역사를 알려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이는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사와 세계 문화의 측면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동양학 연구자들로부터 매우 중요한 기록유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불경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증언하는 좋은 교육 도구이자 문헌으로서 희귀성을 가집니다.     오래전,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쿠도도 석장경과 판본 제작을 추진한 민돈 왕은 지금까지도 많은 미얀마인들에게 존경받습니다. ‘쿠도도 석장경 불탑’은 부처 입멸 후 오랜 시간동안 지속된 번영을 증언할 수 있는 위대한 불교의 흔적이자, 불교의 기록을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민돈 왕의 깊은 뜻과 찬란한 위업을 보여줍니다. ‘마하라우카마라제인(쿠도도)의 석장경 불탑’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현재 미얀마 국립박물관 및 도서관 고고학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얀마의 불교적 역사와 그 가치를 빛낼 것입니다. 쿠도도 석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729채의 쿠도도 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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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2

말레이시아의 뮤지컬, 전통극 막용(Mak Yong) 말레이시아 전통극 ‘막용’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고, 각자의 고유한 모습을 수렴하는 말레이시아의 진정한 힘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오래전부터 말레이시아의 여러 민족들은 음악, 미술, 춤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표현해왔습니다. 이 중 전통 고전극 ‘막용(Mak yong)’은 노래·음악·춤·연기가 모두 어우러진 종합예술이자, 여러 종교적 요소가 적절히 혼합된 문화 융합의 결정체입니다.    19세기의 막용 공연      말레이시아의 뮤지컬, 막용은 제물 봉헌식으로 시작해 춤과 노래, 연기와 즉흥 대화 순으로 이어집니다. 15세기 말레이시아 북서부의 클란탄(Kelantan) 마을에서 유래된 이 전통극은 1920년대에는 술탄의 후원을 받아 왕립극단에서 공연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홀을 사용하는 왕실 공연과 달리, 전통적인 마을 공연에서는 주로 종려나무 잎으로 꾸며진 사각형의 야외무대에서 극을 진행합니다. 이때 한쪽에는 관현악단이 자리하는데, 청동으로 만들어진 한 쌍의 징을 매달아 놓고 연주하는 공 (Gong), 양 북면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근당(Gendang) 등을 다루는 연주자들로 구성됩니다. 특히, 찰현악기 리바브(Rebab) 연주자는 공연 시작 전, 주연배우와 상의하여 당일 연주할 곡을 선택하는 결정권을 가질 정도로 입지가 단단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곡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연주자들은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연주를 가미하기도 합니다.  막용 배우들     막용의 주연 여배우는 단연 이 극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레이 전통신화 ‘클라탄 팟타니(Kelantan-Pattani)’를 바탕으로 구성된 막용에는 왕, 신, 광대 등이 등장하며 광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역은 여성 배우가 맡습니다. 한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3시간 가량 소요되지만, 몇 가지 이야기가 연속극 형태로 며칠간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대사 없이 즉흥연기를 펼쳐야 하기에 오랫동안 수련해야 하며 노래와 춤, 연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닦은 막용의 주연배우에게는 가수이자 무용수이며 연기자인 자신의 재능을 관객에게 충분히 내보일 기회가 주어집니다. 손끝의 움직임까지 춤으로 만드는 주연배우의 노련함은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과 영롱하게 빛나는 판초, 두꺼운 팔찌와 귀걸이가 자아내는 화려함과 만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관객들은 그녀를 따라 가볍게 몸을 흔들기도 하고, 극을 마무리까지 힘 있게 끌어가는 목소리(음색)에 매료되기도 합니다.     열다섯에 무대에 올라 50년 이상 배우로 활동한 막용계의 영원한 마돈나 ‘Ruhani Mohd Zin’은 “막용은 두 세기 동안 살아남은 예술이다. 그러므로 무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막용은 그녀의 말처럼 ‘말레이시아의 걸작’이라는 칭호와 함께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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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3

라오스의 희로애락을 담아 – 켄(Khaen) 연주 음악 켄 연주에 맞춰 춤추는 라오스 고등학생들  l  출처: HmongHighSchoolStudentsDance3 / Blue Plover / CC BY 3.0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수민족의 고향이라 불리는 라오스에는 공식적으로만 50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각자 고유의 문화를 지켜왔는데, 덕분에 이곳에는 민족의 수만큼 다채로운 음악과 전통악기가 있습니다. 양 북면의 크기가 달라 고음과 저음 모두 낼 수 있는 따폰(Taphon), 기타와 흡사한 납작한 배 모양의 현악기 카차피(Kachapi), 두 개의 줄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찰현악기 소이(So i)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악기 ‘켄(Khaen)’으로 연주하는 라오족의 음악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켄    라오스에는 “나무 기둥 위에 세운 집에서 찹쌀밥을 먹고 켄을 연주하는 것이 진정한 라오 족의 삶이다”라는 옛말이 전해집니다. 이는 라오 문화 내에서 최고의 악기이자 즐거움의 원천인 켄의 입지를 잘 드러냅니다. 길쭉한 대나무 관을 이어붙여 제작하는 켄은 팬파이프와 비슷한 형태로, 바람통 ‘마르쿠남드토우(Marqunamdtow)’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냅니다. 연주자는 중심부를 양손으로 잡은 채 공기구멍 위로 손가락을 움직여 음의 높낮이를 조정하는데, 지공을 막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해당 관에서 소리가 나고 지공을 열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관마다 하나의 음이 나오지만, 피아노처럼 여러 관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어 풍성한 선율과 화음이 필요한 곡에 제격입니다. 이 때문에 켄을 처음 마주한 이들은 단정한 겉모습과 달리 화려한 음색에 놀라기도 합니다.   머람( Mor lam )음악을 연주하는 켄 연주가와 댄서  l  출처: Lao morlam musiciens / Jean-Pierre Dalbera / CC BY 2.0    켄 연주 음악은 약 3,000년 전 라오스인들이 중국 남부 지방에서 지내던 때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 음악 문화의 핵심이었던 켄은 라오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특히 구전되어 온 각종 민요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라오스 전통 민요는 한국의 민요와 가락이 닮아 멜로디가 단순하고 음도 굴곡 없이 일정한 편이라 따라 부르기 쉬운데, 화려한 켄 연주가 이에 재미를 더합니다. 켄이 자아내는 매력적인 고음은 노동에 지친 이들의 구슬땀과 피로를 달래기에 충분합니다. 윤회 사상을 믿는 라오스 사람들은 상갓집에서도 슬픈 곡소리 대신 밝은 켄 연주로 영혼을 인도하는 장례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생의 업을 마친 고인이 더 좋은 모습으로 환생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서 손님에게 술을 대접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켄의 소리입니다. 악사는 켄으로 곡을 연주하고, 손님들은 그에 맞춰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를 담아 노래합니다. 켄은 라오스 사람들의 모든 희로애락에 함께하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생의 동반자인 셈입니다.    켄의 선율이 있는 곳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라오스에서는 모든 이가 수동적인 관객이 아닌, 음악의 일부가 되어 적극적으로 춤추고 노래합니다. 켄이 들려주는 음악 속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건강과 안녕을 중시하는 라오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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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3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범선 - 피니시(Pinisi)  < 사진 1 > 피니시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18,200여 개의 섬과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다도해, 인도네시아에는 높이 20m에 달하는 범선 ‘피니시(Pinisi)’와 그 범선을 설계도 한 장 없이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기스(Bugis)족’이라 불리는 이들 대부분은 동부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관문인 남부 술라웨시의 불루쿰바에 모여 삽니다. 인도차이나부터 호주 대륙까지 드넓게 교역했던 해양민족의 후예 부기스족의 범선 피니시와 그들의 놀라운 조선 기술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입니다.    바다에서 나고 자라 일찍이 자연과 상생하는 법을 익힌 부기스족 사람들은 천 년이 넘는 조선 및 항해 기술을 기반으로 피니시를 제작해왔습니다. 참치잡이용 어선부터 유람선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전통 피니시는 모두 자연에서 얻은 목재로 만들어집니다. 물에 강한 소나무는 방수 효과를 살려 배 전체의 틀로 쓰이고, 쉽게 부러지지 않는 자띠나무는 선박 내부 공간에 사용돼 한층 더 배를 견고하게 잡아줍니다. 목재에 불을 쬐며 타지 않게 두세 차례 물을 뿌려주면 원하는 대로 나무가 휘어져 모양이 나는데, 이는 불기운을 활용해 나무 본연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려는 부기스족의 지혜가 담긴 기술입니다. 거기다 나무와 나무를 덧댈 때도 잘 녹슬지 않는 ‘나무못’을 사용하는 것까지 더해, 피니시에는 자연 소재에 대한 이들의 믿음과 애정이 묻어납니다.   < 사진 2 > 설계도 없이 피니시를 제작하는 기술자들       피니시 건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판리타 로피(Panrita Lopi), 사위(Sawi), 삼발루(Sambalu) 세 가지로 나뉩니다. ‘판리타 로피’는 선박 건조의 장인을 일컫는 말로, 전체적인 작업 구조를 통달해 지시를 내리는 지도자입니다. ‘사위’는 판리타 로피의 지시에 따르는 핵심 일꾼이며, 기술력에 따라 현장 감독급인 ‘사위 케팔라’와 상급 조선사인 ‘사위 카부수’, 그리고 신참 조선사이자 견습생인 ‘사위 파물라’로 등급이 나뉩니다. 마지막 ‘삼발루’는 판리타 로피에게 선박 건조를 요청하는 고객입니다. 이들은 처음 구상 단계부터 진수할 때까지 배를 건조하는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원하는 선체의 크기와 유형을 제시하는데, 이는 개선된 피니시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판리타 로피부터 사위 파물라까지 모든 일원은 선체 내부의 조립 순서와 구조를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리는 ‘타타(tatta) 도면 방식’으로 각자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범선 피니시와 오직 선조로부터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배를 만드는 사람들. 과거엔 외세로부터 터전을 지키며 활발한 교역을 이끌어주었고, 이젠 생계수단이 되어준 피니시는 부기스족의 자부심이자 긍지라 칭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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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29

화려하지만 정갈한, 바주 꾸룽˙바주 말라유 믈라유 족 전통의상을 입은 브루나이 가족 / Aidilfitri 2016 / Mohd Fazlin Mohd Effendy Ooi / CC BY 라마단의 끝을 축하하는 하리 라야 기간, 수많은 브루나이 국민이 왕궁으로 향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왕궁인이스타나 누룰 이만(Istana Nurul Iman)은 아름답게 차려입은 사람들로 한층 더 화려해집니다. 이들이 입은 옷은 믈라유(Melayu) 족의 전통의상 중 하나로, 여성복은 바주 꾸룽(Baju Kurung), 남성복은 바주 말라유(BajuMelayu)라 일컫습니다. 바주 꾸룽과 바주 말라유는 명절을 앞둔 라마단 달에 가장 많은 수요가 생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브루나이 국민이 이 옷을 입고 왕실로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죠?& 쏭꼭을 쓴 브루나이 남성과 히잡을 쓴 여성 / Adri & Mira Wedding / Amrufm / CC BY 여성이 입는 바주 꾸룽은 상의와 치마로 구성됩니다. 상의는 긴 티셔츠 형태로, 입었을 때 하단 부분이 허벅지까지 내려옵니다. 드물게는 무릎 높이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있죠. 레이스나 술, 혹은 금색 자수로 장식된 끝단은 단추나 카라가 달려 있지 않은 바주 꾸룽에 포인트가 됩니다. 이전에는 종교의식을 치를 때 믈라유 왕실 여성들이 자수를 놓은 천과 금으로 된 장신구, 작은 가방 등을 함께 착용했지만 현대에는 그보단 히잡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옷은 무엇보다 소매, 복부, 가슴 부분의 품이 넉넉해 활동성이 좋으면서도 멋스럽죠. 남성이 입는 바주 말라유도 한번 보겠습니다. 바주 꾸롱과 유사해 보이지만, 사롱(Sarong)이라는 천을 무릎길이정도로 둘러 단아한 의상에 재미를 더합니다. 이때, 오래전부터 모자를 좋아한 브루나이 남성들은 쏭꼭(Songkok)을 함께 씁니다. 쏭꼭은 검은색의 판지나 벨벳 소재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빨강, 초록 등 훨씬다양한 색상이 눈에 띕니다. 브루나이에서는 의상을 만들기 위한 직물을 직접 생산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종사랏(Jongsarat)이 있습니다. 종사랏은 까인 뜨눈안(Kain Tenunan, 직물로 짠 천)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금실로 제작되는 이 직물은 꽤 비싸므로 결혼식 등 큰 행사를 위한 의상에 주로 사용됩니다. 하리 라야 기간 동안은 왕실 밖 거리에서도 정말 다양한 바주 꾸룽과 바주 말라유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브루나이의 모스크와 건축물처럼 이들의 전통의상 역시 다채로우면서도 말끔합니다. 바주 말라유, 바주 꾸룽 / Aidilfitri 2016 / Mohd Fazlin Mohd Effendy Ooi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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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문화유산 18

전시물로 보는 브루나이 Bruneian Crafts at the ACH 브루나이 사람들은 예로부터 식물의 잎이나 등나무 등을 이용해 바구니, 덫, 매트 등 다양한 전통 생활용품을 제작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에 생활의 지혜를 보탠 브루나이의 전시품을 만나보세요.      니루  Nyiru 니루는 탄탄하게 짜인 원형 혹은 타원형 모양의 틀로, 곡물 또는 생선을 말리거나 쌀을 키질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주로 등나무로 제작합니다.     라가 로탄 뚱갈(자랑)  Raga Rotan Tunggal (Jarang)    채소나 과일을 운반할 때 쓰이는 전통 바구니로, 보통 등나무로 제작합니다.       부부 퍼르히아산 Bubu Perhiasan 부부는 대나무와 등나무를 틀로 엮어서 원형의 모양으로 만든 물고기 덫입니다.  부부 아랫부분은 별도의 깔때기를 갖추고 있어, 물고기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쏭꼭  Songkok   오래전부터 브루나이 남성들은 항상 모자를 착용했습니다.   쏭꼭은 말레이 전통복장의 일부분으로 공식적인 행사에 주로 착용합니다.   주재료는 판지, 벨벳, 그리고 새틴입니다.     씨라웅 버사르 / 씨라웅 크칠 Siraung Besar / Siraung Kecil   씨라웅은 농부나 어부가 직사광선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원뿔 모양의 모자입니다.  등나무를 탄탄하게 엮어 제작합니다.  브루나이어로 ‘버사르’는 ‘크다’, ‘크칠’은 ‘작다’를 의미합니다.       칸둘  Kandul 브루나이 행사에는 찹쌀 롤 꿀루피스나 전통 간식인 꾸에가 준비되는데, 이때 칸둘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주재료인 코코넛 우유를 만들 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코코넛을 칸둘에 넣고 도구를 이용해 즙을 짜냅니다.     타키딩 크칠  Takiding Kecil    타키딩은 채소나 과일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전통 바구니입니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제작하며, 일반적인 크기는 길이 35.8cm, 너비 19cm입니다.   티카르 람핏 Tikar Lampit   지붕 위에 올려놓고 멸치류 등 작은 생선을 말리는 데 사용하는 매트의 일종입니다.  촘촘하게 짜거나 땋아 만들며 주로 브루나이에서 찾을 수 있는 잎으로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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