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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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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1

형용할 수 없는 멋스러움 - 세계 어느 건물과도 닮지 않은 탑과 조형물, 인간의 재능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멋스러움을 모두 갖추었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글. 강영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인도양은 동남아시아의 지중해다. 유럽 사회가 지중해를 통해 역사와 문명을 교류했다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양이 상업과 문명을 이어주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인도와 중국에서 발원한 고대문명이 이 바다를 통해 전파되면서 습합과 변용을 통해 발전해 갔다. 문명사적 측면에서 유럽과 다른 점은 제국이라는 강력한 지배 구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각 지역은 비교적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문명을 수용하는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풍부하고 다양한 도시와 건축문명이 창출될 수 있었던 지정학적 배경으로 여겨진다.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 동남아시아의 주류를 이루는 불교와 힌두교 문명은 건축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는 일찍이 스리랑카로 불교문명을 전파하였다. 이후 인도 반도에서 불교가 쇠락함에 따라 스리랑카는 동남아 제국으로 불교문명을 확산시켰으며, 이렇게 전파된 불교가 미얀마에 유입되면서 불교문명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신심이 깊은 미얀마 사람들이 수천 개의 불탑으로 이루어진 불교 도시 바간을 건설하며 수없이 다양한 불탑의 형식을 발전시킨 것이다. 거대한 불탑을 황금으로 치장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불교 건축 유산으로 꼽힌다. 또한 세계 최대 불교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은 불탑에서 불전으로 확장하며 확고한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목조로 이루어진 토속 건축이 신성한 불전 건축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힌두문명과 불교문명이 서로 세력을 다투며 석조 건축의 새로운 조형과 상징성을 발전시켰다. 프람바난(라라종그랑)은 거대한 탑형 사원으로 석조 조형을 발전시킨 가장 아름다운 힌두 사원으로 손꼽히며, 보로부두르는 입체적인 만다라의 모습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축조한 불교 사원의 백미라 일컫는다. 석조 기술의 예술적 발전은 오늘날의 캄보디아인 앙코르 제국에서 번성기를 맞이한다. 톤레삽 호수 근처에서 수많은 실험적 시도 끝에 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 같은 계획적으로 정교한 도시와 위대한 사원을 건설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고, 세계 어느 건물과도 닮지 않은 탑과 조형물, 인간의 재능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멋스러움을 모두 갖추었다”라고 표현하였다. 이렇듯 각 나라의 자연과 문화 등 역사의 정수가 응축된 아세안의 건축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프람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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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2

아세안 건축을 사유하다 - 자국의 문화와 지역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한 아세안의 건축물 구하 주택  l  ⓒRealrich Architecture Workshop  글. 박창현 건축가 동남아시아 건축을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건축은 장소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3대째 건축을 해오고 있는 젊은 건축가 리얼리치 샤리프와 태국 방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차퐁 추엔루티모루가 설계한 작품을 소개한다. 리얼리치는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전통적인 바투자야(Batujaya) 사원 그리고 보로부두르(Borobudur)사원의 석재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구하 주택을 설계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화가이자 사상가인 수조요노(S. Soedjojono)가 주창한 ‘건축은 눈에 보이는 영혼’이라는 뜻의 지우케톡(jiwo ketok) 개념을 건축으로 발현해 인도네시아의 정신과 전통을 자신만의 건축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태국의 추엔루티모루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자국만의 문화를 건축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외부의 시각에서는 방콕이 질서 없고 논리적이지 않은 상황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자세히 보면 태국 고유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자신만의 건축을 확립하려 한다. 특히 그가 설계한 삼센 스트리트호텔(Samsen Street Hotel)은 오래된 모텔을 개조해 방콕 사람들의 즉흥적 대응, 유머를 바탕으로 한 공간적·형식적 조작, 소재의 재활용과 창의성을 모티브로 멋스럽게 표현했다. 두 건축물 모두 서양의 건축 철학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문화와 지역성에 기반하고 있다. 아세안문화원의 건축물 역시 열대우림 전통가옥의 높은 경사 지붕과 깊은 처마 공간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아세안의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려 독창적인 건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삼센스트리트호텔  l  ⓒCHAT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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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이루는 ‘맛’ 쌀 이야기 - 궁극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동남아시아 식재료를 탐닉하다 동서양의 문화를 구분하는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는 주식이 ‘밥’인가, ‘빵’인가이다. 그에 따라 벼와 밀 중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결정했고, 그로 인해 고대부터 이어진 생활양식과 문화가 달라졌을 테니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식문화가 만들어졌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나시고렝이 솔푸드로 통한다. 이 볶음밥은 각종 채소와 짭조름한 소스가 어우러져 중독성 강한 풍미를 만드는데, 이 음식의 레시피가 완성되는 데에는 다양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먼저 중국과 교역이 활발했던 시기(10~15세기) 중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조리도구 웍을 가지고 와 볶음 요리를 전파했다는 설이 있다. 아시아 교통과 교역의 요지였던 만큼 아랍과 인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 또한 설득력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의 향신료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맛이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쌀은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뤄 인상적인 맛을 만들어내는 데 선수급이다. 소복하게 담은 쌀밥 위에 각종 반찬(진하게 끓인 소고기스튜 같은 른당, 공심채볶음인 캉쿵, 따뜻한 국물과 미트볼이 어우러진 박소 등)을 올려 덮밥처럼 먹는 나시참푸르. 반찬 양념이 자연스레 밥에 스며들어 궁극의 맛을 완성한다.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은 생선, 토마토, 삶은 감자, 쌀밥을 고루 버무려 만든 미얀마식 주먹밥 샨타민친. 돼지고기와 새우, 오징어 등으로 만든 육수에 쌀을 넣고 피시소스로 간해 진하게 끓인 캄보디아식 돼지고기죽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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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는 커피 베트남의 야외 카페 글: 정희주 (작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요? 차와 술도 인기가 많지만 저는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연간 4,000억 잔에 달합니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쉽게 만날 수 있는 음료가 커피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에는 사회, 문화적 차이로 그 나라만이 가지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오늘은 수많은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또 우리에겐 음식으로 익숙한 나라 베트남의 커피에 대해 알아볼까요?     베트남에 커피가 처음 알려진 때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였습니다. 1857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처음 전해질 당시만 해도 커피는 응우옌 가문의 사람들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음료였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개방 정책과 커피 원두 대량 재배 기술 도입으로 인해 지금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커피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가졌습니다. 특히 커피 원두 중 로부스타종을 생산하기에 큰 이점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부스타종을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로부스타종은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으며, 아라비카종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로부스타종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누구나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커피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카페 핀                                                                    베트남식 커피 드리퍼 세트    베트남에는 커피를 마시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카페 핀(Cà phê phin)’을 이용한 것입니다. 구멍 뚫린 필터에 분쇄한 원두를 채우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카페 핀은, 커피의 향과 맛을 빠르고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추출 방법입니다. 카페 핀(Cà phê phin)으로 내린 커피 원액에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시면 카페 다(Cà phê đá), 따뜻하게 마시면 카페 농(Cà phê nóng)이라고 부릅니다. 단 음식을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의 음식문화에 의해 생겨난 대표적인 커피 카페 쓰어(Cà phê sữa)도 있습니다. 카페 쓰어(Cà phê sữa)는 카페 핀으로 내린 커피 원액에 연유를 섞어 마시는 것으로, 카페 핀으로 강하게 내린 커피의 향과 연유의 단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커피입니다. 카페 쓰어는 차갑게 마시면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 따뜻하게 마시면 카페 쓰어 농(Cà phê sữa nóng)으로 부릅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어디서 어떻게 즐길까요? 베트남 사람들은 주로 길거리에 앉아 커피를 즐깁니다. 더운 여름, 카페 근처의 거리에 앉아 시원하게 마시는 커피 한잔. 이것이 베트남 커피 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모습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옆에 앉은 타인과 수다를 떨며 편하게 마시는 커피 한잔을 통해 베트남 국민 특유의 친화력을 알 수 있으며, 커피가 이들의 삶에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베트남 사람들의 하루하루에 활력소가 되는 커피. 오늘은 달콤한 베트남 커피 한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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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4

풍족한 먹거리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국민성 - 태국인들의 주식, 쌀과 생선 태국식 생선요리 글: 김형주, 여행 작가 태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에게 태국여행 중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나 풍경 못지않게 태국 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과 미소가 참 좋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태국인은 낙천적이고 여유롭습니다. 따뜻한 열대기후와 불교 사상도 그들의 낙천적인 국민성을 형성하는 데 한몫했겠지만,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족해 식(食) 문제로는 걱정 없이 살아온 역사 또한 큰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태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람캄행 대왕(Ramkhamhaeng)은 13세기 후반에 태국 문자를 만들어 지금도 국민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왕입니다. 1292년 세워진 람캄행 대왕의 비문을 보면 “물에는 생선이, 들판에는 쌀이 가득하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으며 통행세는 거두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예로부터 태국이 얼마나 풍족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의 ‘잘 먹었습니다’나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은 태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먹을 것이 풍족했던 태국에서는 그런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쁠라    태국은 지금도 인도, 베트남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연평균 2천만 톤의 쌀을 생산해 이 중 절반인 1천만 톤 정도를 수출하는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식량이 풍부한 나라로 불리기도 합니다. 태국에서 쌀 생산이 집중되는 곳은 중부지역입니다. 이곳은 짜오프라야강 유역을 중심으로 드넓은 평야가 발달한 곳으로 강수량이 풍부해 일 년에 이모작 또는 삼모작까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태국은 전통적으로 농경 국가였으며 밥이 주식입니다. 다만 김치 등의 채소를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와 달리 태국은 생선을 기본 반찬으로 합니다. 비옥한 평야 못지않게 풍요로운 강과 바다가 인접해 있어 쌀뿐만 아니라 생선도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콩으로 만든 장(醬)’을 기본으로 하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어장(魚醬, 생선을 넣고 담근 장)을 기본으로 하는 식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쁠라’라는 피시소스는 태국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양념입니다. 태국의 여유와 미소    태국어 중에 ‘카우쁠라아한(ข้าวปลาอาหาร)’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밥(카우)’, ‘생선(쁠라)’, ‘음식(아한)’의 융합 합성어인데 ‘밥과 생선과 음식’이라는 뜻이 아니라 ‘먹을거리’ 또는 ‘음식’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합니다. 태국 음식문화에서 밥과 생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이 ‘카우쁠라아한’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말 중에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태국인들의 국민성 역시 이처럼 비옥한 영토에서 나는 풍족한 먹거리가 있기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태국인들의 그 따뜻한 미소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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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3

세계 최대의 규모로, 세계 최고의 것을 만들다 - 현대 건축물로 본 싱가포르의 생명력​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글: 이봉렬 (오마이뉴스 기자, ‘이봉렬 in 싱가포르’ 연재 중) 싱가포르는 매년 약 2천만에 가까운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대국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인도네시아의 ‘발리’나 베트남의 ‘하롱베이’같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하거나, 미얀마의 ‘바간’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처럼 유서 깊은 종교 유산을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 국가임에도 역사가 짧아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고 땅이 척박한 섬나라 싱가포르는 어떻게 관광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 싱가포르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치안이 완벽한 세련된 도시에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는 건축 당시 세계 최대의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부의 분수’가 있다. 분수 가운데를 세 바퀴 돌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퍼진 이후, 싱가포르 방문객 대부분은 이 분수를 도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인공폭포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해서 유명해진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영화 아바타 속 한 장면 같은 풍광을 연출하는 인공 공원이고, 그 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 식물원도 있다.      한국의 쌍용건설이 공사를 맡아서 우리에게도 친근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카지노는 하늘에 배를 띄워 놓은 듯한 독특한 외형만으로도 단숨에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는데, 그 호텔 맨 꼭대기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수영장이 있다. 싱가포르는 아쿠아리움을 만들어도, 공중회전관람차를 만들어도 늘 세계 최고, 혹은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물 위에 떠 있는 싱가포르의 애플스토어    최근에 싱가포르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든 건축물이 하나 더 생겼다. 물 위에 떠 있는 애플스토어가 바로 그것이다. 각 나라별로 제일 핫한 곳에 독특한 외관으로 짓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스토어지만 건물 자체를 물 위에 떠 있도록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싱가포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바로 앞이라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놓치려야 놓칠 수가 없는 위치다.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독특한 형태로 인해 세계 유력 매체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칼럼이 쓰인 건 9월 4일로, 애플스토어는 9월 10일 정식 개장하였다).       사실 물 위에 떠 있는 건축물은 싱가포르에서 흔한 콘셉트다. 애플스토어 바로 옆의 루이뷔통 매장은 2011년부터 이미 물 위에 떠 있었다. 싱가포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으로 홍보하고 있는 더 플로트 마리나베이 역시 물 위에 떠 있는 축구장이다. 싱가포르는 신축 건물의 디자인이 기존의 건물과 유사하면 아예 공사 승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건물이 생길 때마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관심을 끈다. 복합예술공간인 에스플러네이드는 싱가포르인들이 사랑하는 열대과일 두리안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건 만들 수 없는 싱가포르라서 세상에서 가장 크고, 높고, 새로운 것으로 승부하려는 거다. 바로 이 근성이 지금 싱가포르 건축만의 유일무이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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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남자도 치마를 입는 나라 롱지를 착용한 미얀마 남성들 글: 조용경 작가 (『뜻밖에 미얀마』 출간) 비행기에서 내려 양곤(Yangon) 공항 밖으로 나가면 후끈한 열대의 더위와 함께 여기저기서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남성들을 만나게 된다. ‘미얀마에서는 남자도 치마를 입는구나!’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생경한 모습을 보며 비로소 미얀마에 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이 치마가 바로 잡지나 TV에서 보던 ‘롱지(Longyi)’다. 나는 ‘왜 미얀마 남성들은 하나같이 저렇게 불편한 복장을 하고 다닐까?’ 하는 의문이 풀릴 때까지 자료를 찾아보았고, 미얀마 친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롱지’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롱지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불편한 옷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편리성’을 목적으로 유래된 전통복이었다. 롱지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던 차에, 언젠가 미얀마 장관급 인사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은 자리에서 술이 몇 순배 돈 끝에 두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는 “롱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이라고 대답했다. 미얀마 남성들에게 있어서 롱지는 우리나라의 한복처럼 특별한 날에만 입는, 다소 특수한 의상이 아닌 간편하게 걸쳐 입는 일상복에 가까운 것이다. 미얀마는 연중 무덥고 습한 나라인데 롱지는 바람이 잘 통해서 양복처럼 피부에 달라붙지 않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얀마 사람들은 언제부터 롱지를 입기 시작했을까? 대략 2,000년 전부터 비슷한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는 학자들이 있는가하면,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 인디아로부터 온 사람들에 의해 전래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롱지는 공식행사에 나오는 대통령부터 시골구석의 농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이 선호하는, 미얀마의 ‘국민 치마’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롱지를 판매하는 미얀마 민닷(Mindat) 지역의 옷 가게     남성과 여성의 롱지는 모양이나 입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남성의 롱지는 ‘빠소(Pasoe)’, 여성의 롱지는 ‘따메인(Htamain)’이라고 부른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들은 녹색의 롱지를 입는다. 이는 1962년 이후 50년간 지속된 군사정권의 집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은 미얀마의 지인으로부터 롱지를 선물 받았다. 몇 차례 입는 연습을 해보았는데, 마지막에 허리춤에서 매듭을 짓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발자국 걸으면 그냥 풀어져 버리곤 하는 것이다. 정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금년 12월 초에는 아들처럼 사랑하는 미얀마 젊은이가 양곤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그때까지 열심히 매듭짓는 연습을 해서 결혼식장에 롱지를 입고 나타나 볼 생각이다.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이 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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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음식의 천국, 말레이시아  부두에 사용되는 작은 생선들  글: 양향자 (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 )  연평균 기온이 28~32도 사이로 늘 따뜻하며 9월부터 3월까지 우기가 이어져 삼모작이 가능한 말레이시아는 그야말로 발효음식의 천국이다. 미생물이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발효’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만든 음식 속에는 대개 우리 생활에 유용한 유산균이 가득하다. 한국에는 김치, 독일에는 사우어크라우트가 있고 일본에는 낫토, 이탈리아에는 살라미, 인도네시아에는 템페, 불가리아에는 요구르트, 호주에는 베지마이트 등··· 국가별로 그 나라의 기후·특성·지리적 환경에 따라 발효음식이 몇 가지씩 존재한다. 필자는 자국민의 식생활을 건강하게 지켜주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발효음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템포야크     말레이시아는 콩, 쌀, 두리안, 새우 등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한 발효음식이 발달했다. 가장 대표적인 발효음식 템포야크(Tempoyak)는 지옥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두리안’으로 만든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오래전부터 두리안을 대량생산했는데, 미처 소비하지 못한 잉여 두리안이 늘어나자 이 과일에 지혜를 담아 발효음식으로 발전시켰다. 템포야크는 씨를 모두 뺀 두리안에 잘게 썬 고추와 소금을 넣어 만든 말레이식 조미료다. 보통 반찬처럼 밥과 함께 먹고, 우리나라의 짠지와 비슷한 맛이 난다. 입맛을 돋우기에 좋으니 더운 날씨에 기력을 잃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버릴 뻔했던 과일이 훌륭한 별미로 재탄생한 데다 이 음식 속 유산균은 해로운 박테리아의 성장도 방지해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타페이     흰 찹쌀을 발효한 전통음식으로는 타페이(Tapai)가 있다. 타페이는 쌀뿐 아니라 다른 녹말성 식품으로도 제조되며 특히 말레이시아와 동아시아 일부 지역, 오스트리아 문화권에서 주로 발견된다. ‘타페이’라는 명칭은 이 음식에서 유래된 알코올 페이스트와 알코올음료를 모두 지칭한다. 단맛과 신맛이 잘 우러나기 때문에 다른 조리 없이 그대로 먹거나, 더 발효시켜 막걸리로 만들 수도 있다. 타페이는 전통적으로 흰 쌀이나 찹쌀로 만들어지지만 카사바(Cassava)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에서는 6~18개월 동안 작은 물고기를 소금물에 담아 제조하는 발효 멸치 소스 ‘부두(Budu)’, 새우를 발효해 볶음 요리나 무침 요리에 자주 쓰는 ‘벨라칸(belacan)’ 등 다채로운 발효음식을 즐긴다. 자연적으로는 높은 온도와 적당한 습도를, 문화적으론 여러 인종이 어우러져 그만큼 다양한 식문화를 갖춘 말레이시아의 발효음식에는 타고난 환경에 기반한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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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2

동서양이 공존하는 라오스 음식 문화   글: 주종찬 ( 경남대학교 외식프랜차이즈학과 교수 )  l  < 사진 1 > 라오스 전통음식 ‘파카오’ 세트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라오스는 북쪽으로 중국과 미얀마, 서쪽으로 태국과 캄보디아, 동쪽으로 베트남 국경과 인접해 있다. 바다와 접하지 않는 내륙 국가인 탓에 티베트 자치구로부터 발원한 메콩강 전체 길이 4,880km 중 1,500km가 이곳 사람들의 풍요로운 생명줄이다. 대표 여행지로는 수도 비엔티안, 수도를 옮기기 전 왕국의 중심이었으며 동서양이 공존하는 루앙프라방, 물의 도시 방비엥이 있다.     라오스 음식문화는 주변 국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주로 동남아 음식의 특징인 고수를 이용한 요리와 쌀국수를 비롯한 볶음 국수류, 볶음 고기, 볶음밥, 바비큐, 열대과일로 만든 후식이 발달했다. 라오스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매 끼니에 ‘카오니아오’라는 찹쌀밥을 한입 크기로 둥글게 말아 홈을 만들고, ‘랍’과 곁들여 먹는다. 이때 ‘랍’은 레몬그라스, 민트, 고수, 파 등을 다진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섞어 라임과 생선 소스로 맛을 낸 볶음 고기 샐러드다. 작은 물고기로 만든 생선 소스 ‘빠데’를 섞은 그린 파파야 샐러드 ‘땀막훙’도 맵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으며, 찹쌀밥을 이 국물에 찍어 먹기도 한다.     재래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종종 라오스 가정식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음식들은 화려하지 않아 간단히 먹기 좋으며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하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바게트 샌드위치에는 그들의 음식인 파파야 샐러드와 계란, 햄, 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와 고기 패티가 들어가고, 라오스 전통 소시지인 ‘싸이우아’를 위에 얹기도 한다. 특히 재미있는 요리 ‘신닷(사진1)’은 위로 툭 솟은 둥근 모자를 연상시킨다. 철판 위에 올린 고깃국물이 흘러내리면서 그 밑에 육수와 채소를 적셔 조화를 이루는데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맛이다. 이 음식은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서 ‘신닷 까올리(한국)’로 불리기도 한다.    < 사진 2 > 고기와 채소가 함께 어우러진 ‘신닷’    라오스 전통 음식을 맛보기 위해 비엔티안의 쿠아라오 레스토랑을 찾았다. 비엔티안에서 즐길 수 있는 로컬 한정식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94년에 문을 연 대표 음식점이다. 파카오(Pakao)세트 메뉴(사진1)를 주문하면 현지의 신선한 재료들을 이용한 12가지의 라오스 전통음식이 나온다. 정갈하고 예쁘게 담긴 흑미 찹쌀밥과 국물, 중국의 춘권과 비슷한 월남쌈에 고기를 넣은 튀김이 있어 영양가도 풍부했으며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라오스 음식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쌀국수도 유명하다. 남부 참빠삭의 도가니 국수는 맑은 국물이 아닌 양념 된 국물에 고추기름을 넣어서 얼큰하게 먹는다. 특히 비엔티안의 도가니 국수는 현지인과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 국수가 나오기 전 콩 줄기, 라임, 타이 바질과 함께 ‘수끼’라는 된장 비슷한 양념이 나오는데, 이를 샐러드의 소스처럼 먹는다. 도가니와 사태를 끓여 만든 국물에 쌀국수를 넣고 고기를 얇게 썰어서 그 위에 올려 주는데 수끼 때문인지 우리에게 익숙한 맛이 난다.     라오스 사람들의 친절함과 소박함은 이곳의 음식에서 잘 묻어난다. 라오스가 간직한 아름다운 미소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느끼며 다시 한 번 메콩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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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라이프 9

더할 나위 없는 캄보디아의 의식주 < 그림 1 > 캄보디아의 아침 시장   글: 김종건, 카카오 브런치 연재 작가. 저서로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 가 있으며, 『여기는 캄보디아입니다』 출간 예정     인도차이나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북서쪽으로는 태국, 라오스, 동남쪽으로는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1,810만 ha (남한 997만 ha)이며 인구는 2018년 기준 1,528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은 1,500달러(KOSIS 통계청 201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열대 몬순 기후로 건기(11~4월)와 우기(5~10월)가 뚜렷하며 연평균 온도는 28도로 매우 덥다.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다. 1세기 말경의 푸난 시대부터 시작된 캄보디아의 역사는 앙코르 제국(802~1431) 시대에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캄보디아 국민의 생활은 날씨, 종교 및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캄보디아의 의(衣)생활은 더운 날씨 탓에 입고 벗기 간편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옷은 허리에 둘러 발목까지 오는 치마나 바지다. 실크나 면을 사용하지만 요즘은 폴리에스터 원단이 많다. 이 치마 옷을 ‘썸뽓’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블라우스를 입고 끄러마를 걸친 여성을 농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끄러마’는 스카프의 일종으로 머리 위에 써서 논밭에 일하러 갈 때 더위를 피하고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 용도지만 때때로 수건으로도 쓰인다. 다양한 무늬의 끄러마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프놈펜, 시엠레아프에서 많이 판매한다.      평소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을 즐겨 입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결혼식 복장은 무척 화려하다. 여성은 화려한 무늬에 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남성은 무릎을 살짝 덮는 바지에 광택이 나는 셔츠 상의를 입는데 빨간색, 갈색, 노란색, 녹색 등의 다양한 색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캄보디아 전통의상은 압사라 춤 의상을 볼 때 앙코르 제국 시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 그림 2 > 쌀국수‘꾸이띠우’     캄보디아 길거리 시장의 아침은 활기가 넘친다. 고기류와생선, 온갖 채소, 과일 등이 지천이며 가격도 싸서 넋 놓고 담다 보면 손에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모든 과일이 먹음직스럽고 갓 잡아 올린 생선은 살이 올라 통통하다.      이곳의 재래시장에는 냉장고가 없어 매일 아침 올라온 신선한 생선이나 소고기, 돼지고기를 오전에 모두 처리한다. 시장 안 먹거리 장터에서는 쌀국수나 쌀죽, 닭고기 덮밥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입구에는 간식을 파는 노점상도 길게 늘어서 있다. 시장을 돌다 목이 마르면 사탕수수즙으로 만든 음료인 ‘뜩엄뻐우’가 제격이다. 뜩엄뻐우는 더운 날씨에 갈증을 해소해주는 자연 음료로 몸에도 좋고 가격도 상당히싸다.      국민 대부분이 하루 세 끼를 먹는 캄보디아 식(食)생활은 우리와 비슷하다. 아침은 주로 돼지고기 뼈로 국물을 내고 고기와 채소를 얹은 ‘꾸이띠우’(쌀국수)와 ‘버버’(쌀죽)를 먹는다. 점심과 저녁에는 숯불에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맨밥에 얹어 반찬 없이 간편하게 먹을 때가 많다.    이곳의 가장 대중적인 요리는 ‘바이차’라는 볶음밥으로,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다. 돼지고기와 야채, 계란을 주로 넣지만소고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쁘러혹은 젓갈류로 더위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장한 것이며 양념장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생선을 짓이겨 오랫동안 썩힌 장류이기 때문에 향이 강하다. 외국인은 먹기 힘들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전통음식이다.   < 그림 3 > 볶음밥‘바이차’      캄보디아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바로 결혼식이다. 7~8명이 앉는 둥근 테이블에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는데 처음부터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나중에 먹질 못한다. 톤레사프호에서 나는 생선은 이런 잔치에 꼭 반찬으로 나온다. 튀기거나 조린 생선요리는 크기도 매우 커서 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이를 배를 불리기에 충분하다.       캄보디아에서 2년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으로 활동했던나는 허름한 길거리 식당에서 파는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곤 했다. 점심식사는 학교 근처의 테이블 두세 개의 작은 식당으로 갔다. 흰밥에 양념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얹힌 것, 반찬은작은 종지에 절인 무나 망고가 나온다. 흔히 캄보디아 쌀을 풀풀 날아간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을 자작하게 부어 30여 분 불린 후 밥을 하면 무척 차지다. 밥이 맛있으니 반찬이적은 소박한 식사도 꿀맛이다. 욕심이 없고 낙천적인 캄보디아 사람들은 간단한 한 그릇 식사자리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住)생활은 농촌과 도시가 확연히 구분된다. 최근에 짓는 집들은 대부분 시멘트 2층집이다. 하지만 농촌은 아직도 캄보디아 전통의 나무집이 대부분이다. 캄보디아 전통 집은 나무 기둥을 사용한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 1층은 빈공간이다. 더위를 피하고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다. 1층은 휴식공간으로 한쪽에 평상을 놓고 해먹이 걸려있다. 간단한 가재도구와 부뚜막이 있어 부엌 역할도 한다. 사방이 뻥 뚫린 구조라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든다. 2층은 칸막이 없는 큰 방 하나로 되어 있다. 사계절 더우니 이부자리 없이 아무 데서나 잘 수 있는 구조다.      캄보디아 농촌은 수도와 전기가 부족하다. 특히 건기에는 물이 부족하여 ‘삐엉’이라는 큰 물독에 빗물이나 지하수를 담아 놓고 쓴다. 농촌에 가면 모든 집들 앞마당에 큰 항아리가 보이는데 이게 물을 저장하는 삐엉이다. 캄보디아의 의식주 생활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캄보디아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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