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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역사와 초현대적 움직임이 공존하는 인상적인 나라, 한국

필자는 2009년 미국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에 참가할 40명의 교사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독립적인 가톨릭계 사립여고에서 거의 10년 동안 아시아학을 가르쳤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과연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잘 알지도 못했다. 물론 한국전쟁과 남북한의 현 상황 등 한국사의 여러 측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그 외에 한국에 대한 나의 지식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철저한 현대성과 공손함의 미덕
출발하기 전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전달된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의 자료를 읽어본 나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유네스코가 지정한 여러 유적지를 방문하고, 막걸리를 마셔볼 기대에 마음을 빼앗겼다. 나는 입수할 수 있었던 온갖 여행서를 다 읽었고, 한국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으며, 한국의 여류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도 몇 편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방한 준비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천에 착륙하자마자 현대적인 공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인천공항을 보니 오헤어 공항은 정말 오래되고 낡은 것 같았다. 우리가 공항 밖으로 나갈 때 마침 한국의 프로 축구 선수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는데, 팬들이 선수들에게 아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선수들은 기꺼이 사인을 해주었고, 종종 ‘프로 운동선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흔히 볼 수 있는 건방진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두 가지 관찰에서 나는 앞으로 한국에 있는 내내 체험하게 될 전반적인 흐름을 눈치 챘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하게 현대적인 점, 그리고 너무나 친절하고 공손한 점이었다. 연세대에서 여러 교수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강연은 매우 흥미로웠고, 확실히 한국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이클 김 교수의 한국사 강의는 한국의 개성에 대한 통찰뿐 아니라 내가 방문하게 될 여러 곳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이와 더불어 한준호 교수와 손율 교수의 경제학 강좌는 현재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놀라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서울을 방문해 현대적인 건물과 효율적이고 깨끗한 대중교통 체계,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잘 차려입고 다니는지를 보게 되면, 한국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견뎌야만 했던 어려움을 결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상하이, 도쿄, 뉴욕에서 지낸 적이 있다. 이들 도시 각각은 그만의 놀라운 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서울이 경험한 변화와 비교되지는 않는다. 매일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나는 도시가 너무나 깨끗하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예의 바른 모습에 감탄했다. 친구들과 내가 지하철에서 좀 헤매는 것처럼 보이면 누군가 즉시 우리들에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공손하게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진정한 공손함도 인상적이었다. 몇몇 예로, 가벼운 목례, 연장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 가게 점원이 잔돈을 건네주는 모습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은 그 역사가 이런 일상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신생 국가다. 하지만 한국은 이 모든 것에 오랜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서울은 과거를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도시계획의 선봉에 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 걸작으로 빚어내는 놀라운 능력
청계천을 따라 산책을 할 때는 아주 느긋한 기분이 들었다. 바쁜 도시 환경에 너무나 멋지게 자연을 끌어들인 모습이었다. 한국은 확실히 ‘녹색 설계(green design)’에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해인사의 수다라장(팔만대장경 보관 창고)과 법보전에 사용된 기술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해인사 설계자들은 간단하면서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재료를 써서 수백 년 동안 목판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온돌 난방은 한국에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창의성이 결합되어 매우 효율적인 산물을 만들어낸 또 다른 예다. 어느 오후 우리는 고양 외국어고등학교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학생들을 만나보고,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학생들의 활동을 보면서 멋진 오후를 보냈다. 우리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보여준 따뜻함과 친절에 감동받았다. 진정 놀라운 것은 미국 고등학생보다 훨씬 더 오래 수업을 받는 십대들에게 이런 친절함이 있다는 점이었다. 교육에 대한 강조는 한국인에게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며, 이것은 확실히 그들이 성공을 거두게 한 열쇠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교보문고를 방문했을 때 더욱 잘 드러났다. 엄청 나게 많은 책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인상적인 것은 그곳이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점에는 어른들뿐 아니라 십대들도 많았다. 그들은 그저 재미나고 새로운 제품을 구경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책을 훑어보고 구입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렇게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것을 지키면서 완전히 현대적인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이런 재능은 ‘점프’ 공연과 ‘여울’ 공연에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두 그룹 모두 본질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포착하여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냈다. 자신을 현대적인 걸작으로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그 독특함을 유지하는 이 능력이야말로 한국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다.
한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보게 되면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나?”를 물어볼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을 아주 특별하게 만든 모든 것들이 한국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다. 한국이 그 변화를 얼마나 잘 이끌었는지를 경험해보는 것은 전 세계에도 매우 유익한 일이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