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2 - 2025.11.09
화 - 금 : 10:00 - 18:00, 토 - 일 : 10:00 - 19:00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 162
무료
아세안문화원, 한국국제교류재단, 부산영상위원회, 외교부
051-775-2000
《차양과 둥근 모서리: 동남아시아의 아르데코와 모더니즘 건축의 오늘》
2025. 6. 12. - 11. 9.
제국주의 시대 자유무역항으로 형성되었으며 여전히 경제 및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20세기 초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목도하였다. 식민당국이 이끈 수출 중심의 수탈적 경제 구조는 이전과는 비교 불가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흡수하며 도시의 기틀을 형성하였다. 그에 따라 자급자족적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던 지역을 떠나 도시로의 지속적 인구 유입이 발생하였으며 국경을 넘어서는 이주 역시 폭증하였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건축 유형의 수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노천 시장을 대신할 실내 시장과 고층 사무실, 공장, 주상복합형 주거 건물과 아파트, 대중문화 시대를 연 극장 등이 대표적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켰다. 건축가들은 강철과 콘크리트, 유리 등 근대화된 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건축언어를 전개하였다. 즉 아르데코와 모더니즘 건축의 탄생이었다.
올해 10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여 ‘건축유산과 도시 일상’을 주제로 기획된 본 전시 《차양과 둥근 모서리: 동남아시아의 아르데코와 모더니즘 건축의 오늘》은 근현대 건축 유산을 통해 아세안 주요 도시의 형성 배경을 이해하고, 다양한 건축물이 공존하는 현대 동남아시아의 도시 경관과 결부된 다양한 도시민의 이야기를 조망한다. ‘동남아시아의 근현대 건축’이라는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개별의 작품들을 '건축의 기억, 기억의 건축', '위로부터의 건축, 아래로부터의 건축', ‘가치의 지속과 확장’의 세 가지 범주로 구획하였으나 전시실 내의 배치는 순차적이지 않다. 이는 다양한 시대와 양식의 건물들이 공존하는 동남아시아 도시 풍경처럼 전시장에도 동시다발적 내러티브가 곁들기 바랐기 때문이다.
한편 전시의 제목 ‘차양과 둥근 모서리’는 서구로부터 이식되었지만 열대 기후의 조건과 식민화 이전 토착 문화와의 조우를 엿볼 수 있는 건축적 장면인 브리즈 솔레이(Brise-Soleil)에 드리운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유선형 회전 계단실에 착안하였다. 이러한 공간이 이끄는 감각적 경험은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이면에 서린 건축가의 의도와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인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은 그렇게 은근하게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것은 하나의 조형 언어로서 시대의 감성과 요구를 내포하고, 또 끊임없이 재발견된다. 본 전시는 이러한 건축과 인간, 건축과 사회 간의 무형의 상호작용을 영상과 사진, 건축 모형 등을 통해 보다 면밀히 포착한다. ‘총체적 풍경’으로 수식될 만한 동남아시아 대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곳에 마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장면에 전에 없던 새로운 흥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