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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으로 우리 문화유산 알리는 강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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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우리 문화유산 알리는 강형원 기자

캐나다 토론토 CBC 방송사에서 작업 중 동료 기자가 찍어준 강형원 기자의 초상 사진 / 사진: 에반 밋쑤이(Evan Mitsui)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47년째 영어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강형원입니다. 미국 서부 UCLA에서 공부하고 L.A. Times에서 10년간 사진기자, 책임 선임사진기자, 사진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종이신문을 가장 많이 인쇄하는 전국지 신문에서 여러 직위를 경험한 후, 1997년부터 워싱턴DC에서 워싱턴백악관과 의회를 취재해왔습니다. 영어와 영어문화권에서 한국 문명과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워 다음 세대를 위해 이를 조금이라도 균형 있게 전하고자 2020년부터 사진과 영어로 한국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한국인 최초로 1993년과 1999년 두 번 수상했는데, 사진 기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저널리즘(Journalism)에서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궁무진합니다. 뉴스 전달의 소통에 있어 제대로(Effective storytelling) 작업한 보도사진은 언론 표지(marquis product)의 얼굴이자 뉴스의 화두(agenda)를 이끌어가는 핵심입니다. 낙후된 언론 환경에서는 포토저널리즘이 빛을 보지 못해 독자들이 큰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등한시되어 왔던 동양 남성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찍은 1992년 L.A. 4.29 폭동 사진이었습니다. 경찰이 포기하고 철수한 상황에서 총을 들고 한인타운을 지키고 있는 한국 남성의 사진이 L.A. Times와 AP 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된 후 미디어에서 동양 남성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요즘에는 영어문화권의 미디어에서 동양 남성이 멋지고 매력 넘치는 남성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소수민족 출신의 동양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변화된 세상을 보면서 제가 그동안 노력해온 결과를 보는 듯해 뿌듯합니다. 아울러 1988년 8월 백두산 정상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의 일부인 백두산 천지 사진을 찍어 미국의 역사책과 잡지의 표지로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었는데, 이러한 노력 역시 제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포토저널리즘 작업이었습니다.


3. 포토저널리스트로서 그간의 화려한 이력과 타이틀을 내려놓고 모국으로 돌아와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평생 직업인 기자로서 은퇴하기 전에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후세대를 위해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세대의 유산(legacy)으로서 말이죠.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는 21세기 만국어인 사진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면서 스토리텔링하는 미국식 저널리즘 방식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영어문화권의 지식 콘텐츠로 보도하는 내용입니다. 먼 미래에도 영어문화권에서 21세기 초반 남아 있던 한국 문명의 흔적들을 역사적이고 인류학적인 객관적 사료로 기억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이를 책으로 엮어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을 펴냈습니다.


4.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입니까?

영어문화권의 시각으로 우리 조상들의 인류문화적 공헌과 세계사적 관점에서 차별화되는 가치를 담았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도움이나 이익단체로부터 일체의 후원을 받지 않았기에, 누구의 간섭이나 영향 없이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자비로 취재해서 수록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기록인 만큼 객관적인 콘텐츠라 말할 수 있으며, 영어문화권에서 두고두고 그 사료적 가치를 유지하리라 생각합니다.


5.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까지 포착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로서 우리 문화유산을 촬영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진은 소통 언어입니다.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감명을 주는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진이 줄 수 있는 미학(美學)입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인문학적 요소야말로 문화유산과 소통할 수 있는 사진의 생명입니다. 아울러 우리 주변 국가들의 문화로부터 차별화될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들은 우리 문화유산 사진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6. 특히 기억에 남는 문화유산이 있나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 어렵사리 허락을 받고 촬영한 청동거울 ‘정문경’입니다. 국보 제141호로, 다른 어떤 청동기 문화를 거친 민족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하고 탁월한 역사적 유물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7.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국내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조상의 문화와 역사적 흔적들을 꾸준히 연구하고 기록할 계획입니다.


언론계의 멘토 이경원 선배에게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책을 선물하는 강형원 기자 / 사진: 폴라 유


한라산국립공원 고도에서 서식하는 구상나무(Abies Koreana, the Korean fir tree)를 취재 중인 강형원 기자 / 사진: 안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