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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건축을 사유하다

스토리

아세안 건축을 사유하다
자국의 문화와 지역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한 아세안의 건축물.
글. 박창현 건축가

  • 구하 주택
    ⓒRealrich Architecture Workshop

  • 삼센스트리트호텔
    ⓒCHAT architects

동남아시아 건축을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건축은 장소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3대째 건축을 해오고 있는 젊은 건축가 리얼리치 샤리프와 태국 방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차퐁 추엔루티모루가 설계한 작품을 소개한다.
리얼리치는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전통적인 바투자야(Batujaya) 사원 그리고 보로부두르(Borobudur)사원의 석재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구하 주택을 설계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화가이자 사상가인 수조요노(S. Soedjojono)가 주창한 ‘건축은 눈에 보이는 영혼’이라는 뜻의 지우케톡(jiwo ketok) 개념을 건축으로 발현해 인도네시아의 정신과 전통을 자신만의 건축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태국의 추엔루티모루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자국만의 문화를 건축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외부의 시각에서는 방콕이 질서 없고 논리적이지 않은 상황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자세히 보면 태국 고유의 환경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자신만의 건축을 확립하려 한다. 특히 그가 설계한 삼센 스트리트호텔(Samsen Street Hotel)은 오래된 모텔을 개조해 방콕 사람들의 즉흥적 대응, 유머를 바탕으로 한 공간적·형식적 조작, 소재의 재활용과 창의성을 모티브로 멋스럽게 표현했다.
두 건축물 모두 서양의 건축 철학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문화와 지역성에 기반하고 있다. 아세안문화원의 건축물 역시 열대우림 전통가옥의 높은 경사 지붕과 깊은 처마 공간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아세안의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려 독창적인 건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