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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먹거리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국민성 - 태국인들의 주식, 쌀과 생선

아세안 라이프​ 

풍족한 먹거리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국민성 - 태국인들의 주식, 쌀과 생선​ 

 

​글: 김형주 (여행 작가)

 

< 사진 1 >태국식 생선요리

 

태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에게 태국여행 중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나 풍경 못지않게 태국 사람들의 낙천적인 성격과 미소가 참 좋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태국인은 낙천적이고 여유롭습니다. 따뜻한 열대기후와 불교 사상도 그들의 낙천적인 국민성을 형성하는 데 한몫했겠지만,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족해 식(食) 문제로는 걱정 없이 살아온 역사 또한 큰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태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람캄행 대왕(Ramkhamhaeng)은 13세기 후반에 태국 문자를 만들어 지금도 국민들에게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왕입니다. 1292년 세워진 람캄행 대왕의 비문을 보면 “물에는 생선이, 들판에는 쌀이 가득하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으며 통행세는 거두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예로부터 태국이 얼마나 풍족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의 ‘잘 먹었습니다’나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은 태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먹을 것이 풍족했던 태국에서는 그런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사진 2 >남쁠라

   태국은 지금도 인도, 베트남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연평균 2천만 톤의 쌀을 생산해 이 중 절반인 1천만 톤 정도를 수출하는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식량이 풍부한 나라로 불리기도 합니다. 태국에서 쌀 생산이 집중되는 곳은 중부지역입니다. 이곳은 짜오프라야강 유역을 중심으로 드넓은 평야가 발달한 곳으로 강수량이 풍부해 일 년에 이모작 또는 삼모작까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태국은 전통적으로 농경 국가였으며 밥이 주식입니다. 다만 김치 등의 채소를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와 달리 태국은 생선을 기본 반찬으로 합니다. 비옥한 평야 못지않게 풍요로운 강과 바다가 인접해 있어 쌀뿐만 아니라 생선도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콩으로 만든 장(醬)’을 기본으로 하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어장(魚醬, 생선을 넣고 담근 장)을 기본으로 하는 식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쁠라’라는 피시소스는 태국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양념입니다.

 

< 사진 3 >태국의 여유와 미소

   태국어 중에 ‘카우쁠라아한(ข้าวปลาอาหาร)’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밥(카우)’, ‘생선(쁠라)’, ‘음식(아한)’의 융합 합성어인데 ‘밥과 생선과 음식’이라는 뜻이 아니라 ‘먹을거리’ 또는 ‘음식’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합니다. 태국 음식문화에서 밥과 생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이 ‘카우쁠라아한’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말 중에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태국인들의 국민성 역시 이처럼 비옥한 영토에서 나는 풍족한 먹거리가 있기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태국인들의 그 따뜻한 미소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나날입니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