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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 아름다운 이별을 시작한 태국

아세안 트렌드​ 

플라스틱과 아름다운 이별을 시작한 태국 

 

글: 우다정
(작가, 다음 브런치에서 ‘나는 방콕 이방인입니다’ 연재 중)

 

< 사진 1 >“Say No to Plastic Bags” 캠페인

 

태국을 흔히들 ‘미소의 나라’라고 한다. 웃는 얼굴로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는 태국식 인사법 ‘와이’, 그리고 ‘마이 뺀 라이(괜찮다)’라는 말을 즐겨 쓰는 낙천적인 태국 사람들을 만나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미소가 ‘마이 뺀 라이’하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바로 웃으면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등을 아낌없이 나눠줄 때다. 

 

   태국에선 아직 쓰레기 배출이 무료다. 마트, 시장, 편의점에서는 무상으로 비닐봉지가 제공되며 물건 종류별로 여러 장의 비닐에 나눠 담아주고,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싶으면 몇 장 더 겹쳐주기도 한다. 식당에서 물과 음료를 주문하면 꼭 빨대가 같이 나오고, 찬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면 비닐 손잡이를 걸어주기도 한다. 너그러운 미소처럼 인심도 후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태국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생겼다. 태국 정부 주관하에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로드맵(2018~2030)’을 수립해 시행함으로써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기 시작한 것. 생활용품 제조사들은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미세 플라스틱 대신 천연 스크럽 등의 대체재를 찾고 있으며, 태국 내의 주요 생수 제조업체들은 2018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병뚜껑 씰 사용을 중단했다. 특히 플라스틱 병뚜껑 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 역시 흔쾌히 참여했고, 현재 플라스틱 씰은 태국 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다음으로는 태국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전국 약 2만 5천 곳의 소매 상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계산대 옆마다 “Say No to Plastic Bags” 캠페인 배너가 걸리고, 실제로 비닐봉지를 비치해두지 않는 대신 재사용 봉지나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한다. 2018~2019년에 이루어진 플라스틱 규제 캠페인 1차 기간 동안 약 20억 장의 비닐봉지가 절약되었고 올해 비닐봉지 배포 전면 중단으로 연간 450억 장의 비닐봉지 사용이 줄 것으로 태국 환경부는 예측한다.

 

< 사진 2 >리필 숍

 

    태국 수도인 방콕에는 서울 못지않게 핫플레이스가 많은데, 그중 ‘No Plastic’ 소비문화를 이끌어가는 곳들이 있다. 바로 ‘리필 숍(refill shop)’이다. 담아갈 용기를 소비자들이 직접 챙겨와 포장되지 않은 상품들을 필요한 만큼 넣은 다음 무게를 측정하여 계산한다. 쌀, 파스타면, 견과류, 시리얼, 식용 기름, 말린 과일, 제빵 및 제면 가루, 향신료를 비롯한 식료품과 샴푸, 린스, 클렌저, 디퓨저, 세탁세제, 비누 등의 생활용품을 판다. 계산 후 영수증은 이메일로 받는다. 이 역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태국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의 일환이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아낌없이 내민 여러 장의 비닐봉지 앞에서 손을 흔들며 ‘괜찮다, 필요 없다’는 표현을 해도 미소의 나라 점원들은 ‘마이 뺀 라이(괜찮아요, 여기 더 있어요)’하며 더 빵끗 웃어 곤란하곤 했다. 아름다운 미소는 유지하되, 이제는 후한 비닐 인심을 버린 태국의 움직임이 반갑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