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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할 수 없는 멋스러움

칼럼

형용할 수 없는 멋스러움
세계 어느 건물과도 닮지 않은 탑과 조형물, 인간의 재능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멋스러움을 모두 갖추었다.
글. 강영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인도양은 동남아시아의 지중해다. 유럽 사회가 지중해를 통해 역사와 문명을 교류했다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양이 상업과 문명을 이어주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인도와 중국에서 발원한 고대문명이 이 바다를 통해 전파되면서 습합과 변용을 통해 발전해 갔다. 문명사적 측면에서 유럽과 다른 점은 제국이라는 강력한 지배 구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는 점이다. 아시아의 각 지역은 비교적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외부 문명을 수용하는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풍부하고 다양한 도시와 건축문명이 창출될 수 있었던 지정학적 배경으로 여겨진다.
동남아시아의 주류를 이루는 불교와 힌두교 문명은 건축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는 일찍이 스리랑카로 불교문명을 전파하였다. 이후 인도 반도에서 불교가 쇠락함에 따라 스리랑카는 동남아 제국으로 불교문명을 확산시켰으며, 이렇게 전파된 불교가 미얀마에 유입되면서 불교문명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다. 신심이 깊은 미얀마 사람들이 수천 개의 불탑으로 이루어진 불교 도시 바간을 건설하며 수없이 다양한 불탑의 형식을 발전시킨 것이다. 거대한 불탑을 황금으로 치장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불교 건축 유산으로 꼽힌다. 또한 세계 최대 불교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은 불탑에서 불전으로 확장하며 확고한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목조로 이루어진 토속 건축이 신성한 불전 건축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힌두문명과 불교문명이 서로 세력을 다투며 석조 건축의 새로운 조형과 상징성을 발전시켰다. 프람바난(라라종그랑)은 거대한 탑형 사원으로 석조 조형을 발전시킨 가장 아름다운 힌두 사원으로 손꼽히며, 보로부두르는 입체적인 만다라의 모습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축조한 불교 사원의 백미라 일컫는다. 석조 기술의 예술적 발전은 오늘날의 캄보디아인 앙코르 제국에서 번성기를 맞이한다. 톤레삽 호수 근처에서 수많은 실험적 시도 끝에 앙코르톰과 앙코르와트 같은 계획적으로 정교한 도시와 위대한 사원을 건설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이를 두고 “필설로 형용하기 어렵고, 세계 어느 건물과도 닮지 않은 탑과 조형물, 인간의 재능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멋스러움을 모두 갖추었다”라고 표현하였다. 이렇듯 각 나라의 자연과 문화 등 역사의 정수가 응축된 아세안의 건축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모든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 인도네시아 프람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