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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힌두 문화와 짠디 프람바난

아세안 문화유산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힌두 문화와
짠디 프람바난
 
김미소(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기원후 7~13세기는 “고전기(Classic Period)”로 분류됩니다. 중부 자바 지역에서 성립된 왕조를 중심으로 자바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특히 7~10세기는 기원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유입되었던 힌두교와 불교를 두 축으로 종교 문화가 크게 발전하여 “힌두·불교(Hindu-Buddhist)시대”라고도 부릅니다. 두 종교에 대한 후원과 신앙이 대규모 종교 기념물조성과 건축으로 진행되어 문명의 자바화(Javanisation)가 진행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힌두·불교 시대에 건립된 종교 기념물을 짠디(Candi)라고 부릅니다. 명확하진 않지만 인도에서 부처의 사리를 모신 불전을 지칭하는 차이티야(Chaitya)가 동남아시아로 전해지면서 “짠디”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자바 힌두 사원의 조성 특징
고대 인도의 힌두 사원은 자연 그대로의 단일 암반을 깎아 만든 석굴 사원이나, 사암을 가공하여 쌓아 올린 벽돌 사원 등의 형식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여느 종교 시설과 마찬가지로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에 조성과정에서 천체의 운행과 자연 원리를 고려한 축적 기술을 바탕으로 조성해야했습니다.
인도의 힌두 사원 조형 원리에 대한 규범은 『실파 샤스트라(Śilpa Śāstra)』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규범집에 담긴 내용은 중부 자바의 힌두 사원 조성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데, 고대 자와어인 자위어(Jawi)로 새겨진 명문(inion)에 이 책에 포함된 측량 단위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부 자바의 힌두 사원들은 인도에서 전래된 힌두 사원의 조형 원리와 건축 기술을 바탕으로 조성되었을 것입니다.
중부 자바의 짠디는 화산섬이자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성상 석굴 사원은 그다지 많이 조성되지 않았고, 내구성이 강한 안산암(andesite)을 깎아서 만든 벽돌 사원 형식이 보편적입니다. 무겁고 단단한 안산암의 특성 때문에 중부 자바의 짠디들은 날씬하고 유려한 느낌보다는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짠디 프람바난(Candi Prambanan):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힌두사원
(그림 1) 짠디 프라바난의 전경
중부 자바의 힌두 사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은 바로 짠디 프람바난입니다. (그림 1) 짠디 프람바난은 중앙에 높게 솟은 세 개의 사원(Temple)이 자리하고, 그 주변을 240여 개의 작은 사당들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중앙의 세 사원에는 힌두교의 삼신(Trimūrti)이라 불리는 브라흐마, 쉬바, 비슈누가 모셔져 있습니다. 세 곳의 사원과 입구를 서로 바라보고 있는 소형 사원에는 브라흐마, 쉬바,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동물(Vahana)인 함사(Hamsa), 난디(Nandi), 가루다(Garuda)가 모셔져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는 쉬바의 승물인 난디만 남아있습니다.
(그림 2) 짠디 프라바난의 쉬바 사원
짠디 프람바난은 쉬바 사원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2) 그 이유는 쉬바를 모신 중앙의 사원이 규모가 가장 크고, 중앙의 사원에는 쉬바상을 중심으로 북쪽, 서쪽, 동쪽의 감실(Shrine)에 쉬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두르가(Durga)와 가네샤(Ganesha), 아가스티야(Agastya)가 함께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짠디 프람바난의 조성과 관련된 기록으로 추정되는 금석문의 내용을 통해 당시 중부 자바의 왕실을 중심으로 쉬바에 대한 신앙이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3. 짠디 프람바난의 쉬바 신상(좌), 그림 4. 짠디 프람바난의 두르가 신상(우)
짠디 프람바난 주실에 봉안된 쉬바 신상 (그림 3)의 기원은 7세기 중부 자바의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고(古) 마타람(Mataram) 왕조의 왕 라카이 피카탄(Rakai Pikatan, r. 838-850)을 위해 조성되었다는 설과 9세기에 집권한 발리퉁(Balitung, r. 899-911)을 위해 조성한 것이라는 설이 공존합니다.
이와 같은 두 갈래의 주장은 신왕사상(devarāja)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신왕사상은 동남아시아에서도 특히 자바와 캄보디아에서 발전한 독특한 힌두 문화입니다. 이미 인도에서는 왕을 비슈누의 여러 화신중 하나로 여기는 신앙이 있었는데, 동남아시아의 신왕사상은 고인이 된 선왕의 영혼이 힌두 신상과 합일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는 조상숭배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짠디 프람바난에 모셔진 쉬바의 부인, 두르가(Durga) 신상은 신왕사상과 관련한 흥미로운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4) 사실 프람바난이라는 명칭은 사원이 조성된 지역의 이름을 따와서 붙여진 이름이고, 인도네시아인들은 자주 짠디 프람바난을 로로 종그랑(Roro Jonggrang)이라고 부릅니다. 이 로로 종그랑이라는 명칭은 자바 설화에서 전해지는 공주의 이름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설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반둥 반다와사(Bandung Bandawasa) 왕자는 아름다운 로로 종그랑을 보고 한눈에 반해 청혼을 신청합니다. 로로 종그랑은 하룻밤 만에 천 개의 사원을 조성해야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왕자가 사원을 지으려 하자 애초에 왕자와의 혼인 생각이 없었던 로로 종그랑은 꾀를 써서 시녀와 함께 사원 동쪽에 불을 질렀습니다. 로로 종그랑의 속셈을 알아채고 분노한 왕자는 저주를 내려 공주를 돌로 만들어버리고, 사원 안에 가두어버렸습니다. 이 설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은 짠디 프람바난에 모셔진 두르가 신상이 돌로 변해버린 로로 종그랑 공주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으로 변화된 짠디 프람바난
현재 인도네시아 인구의 87%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입니다. 따라서 힌두·불교 시대에 조성된 짠디들은 더 이상 종교 건축물이 아닌,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문화유산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짠디 프람바난은 인도네시아의 국가문화재이자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문화유산’으로서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매년 3월 짠디 프람바난에서는 힌두교의 새해 행사인 녜피(Nyepi)가 진행되는데, 이는 종교 의례라기보다 인도네시아 관광을 촉진하고, 프람바난의 문화재로서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힌두 신앙과 현지화된 독특한 힌두 문화는 발리(Bali)에서 그 불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