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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통한 미얀마 이해

인터뷰
언어를 통한 미얀마 이해:
박장식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미얀마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언어는 물론 역사와 문화, 사회‧경제적 부분까지, 미얀마를 이해하고 한국과의 상호 교류에 있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박장식 교수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의 언어, 역사,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양국의 교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간 언론을 통해 말씀하신 내용에서도 드러나듯이 미얀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계십니다. 또한, 국내에 미얀마어가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교수님께서 혁혁한 공을 세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미얀마와 인연을 맺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본래 인도어를 전공하고 있었던 저는 1983년 10월 미얀마에서 발생했던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을 계기로 당시 정부가 미얀마어 교수 요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실시한 국비 유학에 합격하여 일본 오사카외대에서 수학하면서 미얀마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호기심에 석사 과정까지 마쳤던 인도어 공부를 과감히 포기하였으니 식구들과 주변 교수님들의 반대가 심하긴 했지만, 개척자의 심정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미얀마어를 처음 배우고 미얀마와의 관계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찹니다.
미얀마어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한, 미얀마어가 한국어와 공통점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부분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얀마어는 어족상으로 보면 중국-티베트어족, 티베트-버마어파에 속하는 일종의 고립어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독특한 언어에 속합니다. 성조도 있고 매우 독특한 음성을 지니고 있지요. 한국어와의 공통점은 어순이 같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일상 회화에 사용되는 구어체를 배우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도 남부 팔라바-그랑트어 문자에서 파생된 변형 문자를 사용하고 불교와 힌두교 경전어인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에서 파생된 어휘가 많이 사용되며 구어체와 문어체의 구조가 많이 달라서 중급 이상의 수준에서는 무척 어렵게 여겨집니다. 미얀마어의 문법적 구조에 대한 명쾌한 연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얀마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미얀마어를 오해하고 있는 이유도 위와 같습니다.
높임말, 즉 경어체는 미얀마어에 없어서 상대를 높이는 표현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몇 가지 표현상의 어법만 익히면 됩니다. 승려에게 구사하는 말이 특별하게 존재하지만, 외국인들은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방언은 어떠한 언어에서도 다 존재하는 것이지만, 미얀마어에는 표준어라는 개념이 없어 사용하는 언어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이번 달부터 ACH 뉴스레터에서 새로운 코너가 마련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아세안의 언어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코너로 이번 달에는 미얀마어를 소개합니다. 미얀마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만큼 미얀마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미얀마어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미얀마어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동남아시아 언어와 마찬가지로 언어 구조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습니다. 영어나 한국어에 비하면 현지 학자들의 연구마저 일천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일상 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표현을 중심으로 언어를 익힙니다. 그러다보니 미얀마어에도 존재하는 특별한 음성과 성조의 자질, 그 음성과 성조의 변화(유성음화 등), 어형성, 통사 구조, 의미적 특질 등 이른바 문법이라 불리는 말의 규칙에 대한 성찰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법은 말을 익히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때 학교에서 가르쳤던 영어 학습 방식의 잘못으로 문법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얀마어 학습에도 이것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고 듣는 반복적 학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K-MOOC, EBS초급미얀마어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는 저의 기초 미얀마어 강좌는 인터넷으로 쉽게 볼 수 있으며 교재도 참고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유투브나 해외 방송(VOA News, BBC 등)에도 미얀마어 강좌가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하시면 됩니다.
언어는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얀마어에 대한 조애가 깊으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미얀마어와 미얀마의 문화적 관계, 미얀마어를 통해 바라본 혹은 미얀마어에 반영된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전공이 언어학이지만, 요즘 학문 간의 경계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져서 특정한 분야만을 고집해서는 이질적인 사회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어 연구 외에도 예술, 종족성, 종교, 심지어는 정치‧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어는 한 사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언어 현상이 그 사용 집단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 한자어를 사용하듯이 미얀마 사람들도 인도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아 고대 불경 경전 언어의 어휘가 상당수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찰나’나 미얀마어의 ‘커나’는 같은 말입니다. 둘 다 고대 인도어입니다. ‘수, 우, 미’ 이런 말도 중국 한자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두 고대 인도어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많이 알고 계시는 ‘수완나부미’도 ‘황금의 땅’이란 팔리어입니다. ‘수+완나’(미얀마어에서는 ‘뚜+원나’)라는 말은 ‘뛰어난 색상을 지닌 것’ 즉 ‘황금’이라는 말입니다. 중국어가 뛰어난 문화를 지닌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시아에는 인도어의 영향이 더 깊습니다. 그래서 미얀마는 인도 문화를 차용하여 꽃 피운 독특한 자신들의 종교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와는 불교라는 종교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유사성이 많습니다.
미얀마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도 많고, 최근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얀마를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또한, 미얀마는 한국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지난 반세기 이상 미얀마는 군부 지배로 인하여 외부 세계와 단절되었다가 이제 문호를 활짝 열고 세계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실 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미얀마(당시에는 버마라는 국호를 사용)는 아시아에서 최고로 잘 살던 나라 중의 하나였습니다. 아시아 최초로 UN 사무총장(우땅, 한국에는 우탄트로 알려져 있습니다)을 배출하였고, 당시 양곤대학교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대학이었습니다. 천연 자원도 풍부하고, 다양한 지형을 품고 있어 불교 유적지 외에도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도 매우 많습니다.
해외와 부지런히 교류를 해야 하는 한국의 정치‧경제 특성상 미얀마는 아직 강대국의 입김이 세게 불지 않는 유일한 발전도상국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있는 지역이며 이제부터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하는 점에서 접근을 한다면 동남아시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한류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인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변 중국과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입니다.
1980년대부터 미얀마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얀마와의 언어적, 문화적 교류 현황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양국 간의 교류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이고, 또한 너무나도 일방적입니다. 미얀마인들은 한국을 잘 모르면서도 K-POP이나 드라마에 열광하지요. 이젠 한국어를 미얀마에서 흔히 듣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매우 반기니 정말 미얀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우리는 미얀마를 어느 정도 이해할까요? 음악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미얀마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과연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역사적 관계나 실질적인 접촉의 시간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매우 피상적인 관계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기업들이 진출한 것이 대부분이고, 미얀마인은 한국에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것이 양국 간의 교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미얀마어를 배우는 것이고, 한국의 노동시장 진출을 위해 미얀마 사람들도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제외한다면, 양국 간의 관계에서 내놓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은 아직 적겠지요. 문화 교류는 상호성에 의존합니다. 아직 경제적 격차가 있는 만큼 상생의 경제 관계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문화적 차원의 교류는 금방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광자원이 많은 미얀마에 대해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일단 미얀마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얀마 국빈의 방한 시 통역을 맡아 진행하시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국내의 미얀마 전문가로서 중장기적인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양국 간의 관계 증진을 위해 다양한 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인문학자로서 미얀마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역사 기록이나 벽화 같은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비문, 뻐러바잇, 뻬자 같이 종이 또는 야자 잎에 미얀마어로 기록된 매체는 정말 많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기록물이나 독특한 벽화를 지니고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점점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안타까워 제대로 보존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문화 사업을 더욱 구체화시켜 미얀마 문화 발전에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미얀마의 뛰어난 관광지를 개발하고 관광 상품화 하는 데에도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미얀마 문화와 관련된 저서나 논문도 계속 발표하여 좀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ACH 뉴스레터를 통하여 미얀마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참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요. 시대적 상황, 여건, 양국 간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져 일반인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지리적 위치, 역사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베트남과 같은 뜨거운 관계가 되지는 못 할 겁니다.

하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를 살펴보자면, 베트남 외에 또 다른 진출지역이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미얀마가 우리와 상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매우 적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얀마의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면 미얀마는 정치‧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육열이 높은 미얀마 사람들이 자녀들을 해외로 보낸다면 한국을 서슴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지적 분야의 교류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사명으로도 여겨집니다. 관계 증진은 상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경험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세안문화원과 같은 한국의 동남아시아 문화 발원지도 필요하고, 미얀마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여 스스로 자긍심을 발신하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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