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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와 노력으로 가꾼 한국 생활 – 인도네시아 출신 방송인, 김야니

한국 속의 아세안
센스와 노력으로 가꾼 한국 생활
 

인도네시아 출신 방송인 김야니

 
< 사진 1 > 딸과 함께, 김야니 (좌측)
 

 

재치 있는 입담과 명료한 한국어 발음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인도네시아 출신 방송인 김야니 씨는 한국에서 20년째 살고 있습니다. 특유의 통통 튀는 밝은 에너지와 꾸준한 노력으로 통역사를 거쳐 배우, 인플루언서, 그리고 엄마로서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방송에서 본 야니 씨는 정말 유쾌하신 것 같아요. 친화력 좋은 성격 덕에 낯선 타국에서도 수월하게 적응하신 것 같고요. 그런 성격은 타고나신 건가요?

A.원래 활발한 성격이에요. 전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더 즐거워요. 남편은 저를 24시간 돌아다니는 여자라고 말할 정도예요.(웃음) 물론 집에 있을 때도 아이들이랑 활동적인 일을 하려고 해요.

 

Q. 이전에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여해 많은 상을 받았어요. 나중엔 이 재능을 살려 통역 일도 맡으셨고요. 한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진 않았나요?

A.안 힘들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특히 제 경우엔 결혼이 아닌, 일을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저를 도와줄 지원군(한국인 가족)이 따로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영어도 안 통하고 한국어도 안 통하고 난감했어요. 말이 안 통하니 보디랭귀지를 주로 사용했고, 상대의 표정과 억양으로 ‘아~ 이런 말이겠구나’ 어렴풋이 짐작해 소통했어요. 마치 퀴즈쇼를 하듯이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가니 조금씩 알아듣는 단계가 오더라고요. 그때부터 3~4개월 정도 버티니 그제야 상대와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완벽하려는 욕심을 버리면 시작을 할 수 있고, 시작하면 발전할 수 있어요.

 

Q. 한국 가족들은 인도네시아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나요? 야니 씨가 한국어 하시는 수준까지는 힘들 것 같아요.

A.남편은 인도네시아 출장이 잦다 보니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할 수 있어요. 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제가 한국어로 말하는 것만큼은 안되죠..(웃음)

 

Q. ‘한국생활을 하며 문화적인 차이로 힘들었던 적은 없다’고 하셨죠. 그래도 인도네시아와 이곳은 다른 부분이 많을 텐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비결을 알 수 있을까요?

A.제 원칙은 하나에요. 본인이 자리 잡은 곳의 문화를,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거예요. 꿈만 갖고 한국으로 온 인도네시아의 어린 친구들이 상상과 다른 환경에 힘들어하는 걸 종종 봤어요. 그 친구들에게 늘 해주는 얘기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서로 다른 문화를 지녔으니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요. 저 역시 이곳에서 20년째 지내고 있지만 아직도 남편과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부딪히기도 해요. 다만 서로의 생각을 존중한다면, 한 발짝 더 다가서서 친밀해질 수 있다는 걸 이젠 알기 때문에 결국은 서로 합의점을 찾아낸답니다.

 
< 사진 2 > EBS 라디오 방송 ‘EBS 초급 인도네시아어’ 에 출연한 모습
 

Q. 야니 씨는 직업이 참 다양해요. 통역 일을 하신 적도 있다고요.

A.부산에서 지낼 때 7년 정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국에 일하러 온 인도네시아인들과 그들이 속한 회사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계약서 문제 때문에 발이 묶였거나 사내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제가 통역을 하며 도왔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근로 교육을 병행하면서요. 저는 좋은 것만 말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주로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좋아보이겠지만, 나 역시 20년 전엔 당신들과 같이 힘듦을 겪었다’고 알려줬어요.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남의 나라에 와서 큰 것부터 기대하는 게 오히려 공짜를 바라는 심보라고, 무엇이든지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줍니다.

 

Q. 도움받았던 인도네시아분들이 참 많았을 것 같아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통역 일을 해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A.지금은 배우로서 더 전념하고 싶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국에 온 이주 여성으로 20년간 살아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직업엔 언어능력에 따라 제한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이곳에 오면 한국어를 잘할 수 없으니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이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요. 이후에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콜센터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일할 조건이 되고요. 그리고 누가 말을 걸어도 두려움 없이 자신감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또 다른 일을 해볼 수 있어요. 저는 이제 다른 일도 할 수 있으니, 지금 반드시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게 양보하고 싶어요.

 

Q. 앞으로는 방송활동에 집중하고 싶으신 거죠?

A.네. 방송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처음엔 ‘제안이 안 들어오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은 꼭 TV 방송이 아닌, SNS로도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 혼자 1인 스튜디오도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아요. 되든 안 되든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인드라 어제도 방송 프로그램 오디션을 보고 왔어요.

 

Q.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연기 재능을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나라’로 애정 어리게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A.촬영장에서 “언제부터 연기를 했어요? 학원을 다닌 거예요?”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에 와서 방송 활동을 처음 해봤고 무작정 시도해본 거에요. 당연히 처음엔 연기도 어색하고 잘 못했는데,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살펴보고 따라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한결 자연스러워졌어요. 이전에 해본 적 없던 일을, 한국에 와서 직접 해보고 제 재능을 발견한 거죠. 한국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해준 고마운 나라예요.

 

Q. ‘일단 시도해본다’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야니 씨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A.욕심을 조절했어요. 대스타가 되기 위해 방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했고, 시기가 맞지 않을 땐 다른 일을 했어요. 대신 하고 싶은 일을 꾸준하게 이어가려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시더라고요.

 
< 사진 3> 니콜라이 욘센과 함께, 김야니 (우측)
 

Q.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인도네시아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한국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고 이곳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인도네시아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환상만 가지곤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없습니다. 어디서든 힘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한다면 어느 나라에 가서도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아세안문화원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A.아세안문화원에서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더 많은 분들께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거든요.(웃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만큼, 한국 분들도 인도네시아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