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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를 통해 진화하는 인도네시아의 대중가요, 당둣

아세안 트렌드
세대교체를 통해 진화하는
인도네시아의 대중가요, 당둣(Dangdut)
 

글: 김미소 (서강대학교)

 
< 사진 1 > 미국의 당둣밴드 ‘Dangdut Cowboys’
 

 

단순반복적인 리듬에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특징인 당둣(Dangdut)은 인도네시아의 대중음악 장르 중 하나입니다. 당둣의 리드미컬한 사운드는 퍼커션 기능을 담당하는 타악기, 근당(Gendang)과 대나무로 만든 피리인 술링(Suling)이라는 악기의 합주 위에 가수의 보컬이 앙상블을 이루며 진행됩니다. 당둣이라는 명칭도 손으로 북편을 칠 때 나는 소리인 ‘당(Dang)’과 ‘둣(Dut)’이 합쳐져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자면 ‘쿵짝’과 같이 두 개의 의성어가 합쳐진 형태라 볼 수 있지요. 당둣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며 인도네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 사진 2 > 당둣악기 ‘근당’
 

 

   당둣의 기원은 19세기 말레이 밴드 음악(Orkes Melayu)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으로 당둣이 인도네시아에서 대중음악으로 정착된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당둣의 왕(Raja Dangdut)’이라는 별칭을 가진 가수, 로마 이라마(Rhoma Irama)는 당둣에 미국의 팝송과 영국의 록(Rock) 사운드를 혼합하여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당둣은 이슬람적인 메시지와 색채가 강해 팬층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 당둣은 ‘촌스러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럼에도 당둣은 마을 축제, 결혼식, 지역 행사 등에서 흥을 돋우는 필수 음악으로 자리해왔습니다.

 

   당둣이 대중음악으로서 탄력을 받게 된 시기는 2000년대입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당둣 코쁠로(Dangdut Koplo)는 동부자바에서 기원한 당둣의 한 갈래로 정통 당둣을 대체할 만큼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당둣 코쁠로의 인기 비결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결합과 화려한 댄스의 결합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이효리’라 불리는 이눌 다라띠스따(Inul Daratista)는 당둣 코쁠로를 대중화시킨 여가수입니다. 이눌의 당둣은 더욱 경쾌해진 록과 EDM 사운드에 맞춰 몸을 격렬하게 흔드는 춤이 추가되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의 일부 이슬람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이눌의 춤이 선정적이라며 그녀의 방송 출연을 금지할 것을 방송국에 요청하였고, 로마 이라마를 위시한 정통 당둣 가수들이 당둣 꼬쁠로와 자신들의 음악 장르를 구분하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당둣의 선풍적 인기는 2014년 이후 재점화됐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프로덕션 중 하나인 인도시아르(Indosiar)에서 제공한 공개 오디션인 당둣 아카데미(D’Academy)의 인기와 맥을 같이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수라바야 출신의 비아 발렌(Via Vallen)은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비아 발렌의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인 ‘사양(Sayang)’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8억뷰의 시청률을 자랑할 정도로 당둣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또한 콘테스트를 통해 당둣을 좋아하는 소녀가 여러 차례 난관을 거치며 결국 우승하게 된 스토리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일종의 성공 신화로 여겨지며 더욱 인기를 얻게 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문자투표를 통해 최종우승자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당둣의 인기를 증폭시켰습니다. 

 

 
< 사진 3 > 패시탄 축제에서 당둣을 부르는 참가자
출처: Dangdut Mania #4 / Doni Ismanto / CC BY 2.0
 

   비아 발렌의 음악적 장르는 정통 당둣이 아닌 당둣 꼬쁠로로 분류되지만, 그녀만의 독자적인 당둣 스타일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아의 당둣에서 보이는 특징과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비아의 당둣에는 반복적인 기계음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아는 어쿠스틱 팝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사운드와, 안정적인 보컬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비아가 발표한 일부 유명 곡들에 자와어(Bahasa Jawa)로 된 가사가 포함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문화평론가는 비아의 인기 기반이 된 노래 가사에 대해 “자와어가 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뉘앙스(Cultural nuances)를 담아왔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발전에 잠재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언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봤을 때, 비아의 인기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내재적으로 공유한 문화적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아의 당둣은 1절과 2절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부분에 레게풍 랩이 포함되어 젊고 트렌디합니다. 따라서 팝송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의 청년들도 비아의 당둣을 따라 부르며, 즐기게 되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당둣계는 비아 발렌을 포함하여 르스티(Lesti), 아유 띵 띵(Ayu Ting Ting)과 같은 젊은 여성 가수들의 우먼파워가 돋보입니다. 이들은 각기 한국의 아이돌에 버금가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제2의 비아 발렌이 되기 위한 꿈을 꾸며, 2014년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당둣 어워즈(Indonesia Dangdut Awards)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청년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대교체를 이루며, 트렌드에 발맞춰 진화해온 당둣은 인도네시아의 청년들에게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겨지며, 사랑받는 대중가요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