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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남자도 치마를 입는 나라

아세안 라이프​ 

미얀마, 남자도 치마를 입는 나라​ 

 

​글: 조용경 작가 (『뜻밖에 미얀마』 출간)​

 

< 사진 1 >롱지를 착용한 미얀마 남성들

 

비행기에서 내려 양곤(Yangon) 공항 밖으로 나가면 후끈한 열대의 더위와 함께 여기저기서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남성들을 만나게 된다. ‘미얀마에서는 남자도 치마를 입는구나!’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생경한 모습을 보며 비로소 미얀마에 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이 치마가 바로 잡지나 TV에서 보던 ‘롱지(Longyi)’다. 나는 ‘왜 미얀마 남성들은 하나같이 저렇게 불편한 복장을 하고 다닐까?’ 하는 의문이 풀릴 때까지 자료를 찾아보았고, 미얀마 친구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롱지’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롱지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불편한 옷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편리성’을 목적으로 유래된 전통복이었다. 롱지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던 차에, 언젠가 미얀마 장관급 인사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은 자리에서 술이 몇 순배 돈 끝에 두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불편하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는 “롱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이라고 대답했다. 미얀마 남성들에게 있어서 롱지는 우리나라의 한복처럼 특별한 날에만 입는, 다소 특수한 의상이 아닌 간편하게 걸쳐 입는 일상복에 가까운 것이다. 미얀마는 연중 무덥고 습한 나라인데 롱지는 바람이 잘 통해서 양복처럼 피부에 달라붙지 않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얀마 사람들은 언제부터 롱지를 입기 시작했을까? 대략 2,000년 전부터 비슷한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는 학자들이 있는가하면,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 인디아로부터 온 사람들에 의해 전래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롱지는 공식행사에 나오는 대통령부터 시골구석의 농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이 선호하는, 미얀마의 ‘국민 치마’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사진 2 > 롱지를 판매하는 미얀마 민닷(Mindat) 지역의 옷 가게

   남성과 여성의 롱지는 모양이나 입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남성의 롱지는 ‘빠소(Pasoe)’, 여성의 롱지는 ‘따메인(Htamain)’이라고 부른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들은 녹색의 롱지를 입는다. 이는 1962년 이후 50년간 지속된 군사정권의 집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은 미얀마의 지인으로부터 롱지를 선물 받았다. 몇 차례 입는 연습을 해보았는데, 마지막에 허리춤에서 매듭을 짓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발자국 걸으면 그냥 풀어져 버리곤 하는 것이다. 정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금년 12월 초에는 아들처럼 사랑하는 미얀마 젊은이가 양곤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그때까지 열심히 매듭짓는 연습을 해서 결혼식장에 롱지를 입고 나타나 볼 생각이다.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이 돼야 하는데···.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