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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각국의 새해 풍경

익스플로르

아세안 각국의 새해 풍경
아세안 10개국은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저마다의 종교와 문화, 생활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새해맞이 풍경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글. 조현숙여행작가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만 봐도 국가나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아세안 10개국 역시 마찬가지다. 다민족 국가로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기독교, 천주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할 뿐만 아니라 문화와 생활방식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가 주축인 말레이시아인들이 각 민족의 전통에 따라 여러 번의 설을 맞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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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의 삐마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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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의 둥근 찹쌀 케이크 비빙카

행운을 부르는 음식으로 여는 1월의 새해

필리핀에서는 둥근 모양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1년 12개월에 맞추어 12개의 둥근 과일을 준비하고 물방울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는다. 또한 설날에는 찹쌀과 코코넛으로 반죽한 둥근 찹쌀 케이크 비빙카(Bibingka)를 먹으며 가족의 결속력을 다진다. 새해가 시작되는 12시 정각에 높이뛰기를 하면 키가 자란다는 속설도 있다.

베트남의 설날 음식은 찹쌀, 돼지고기, 녹두를 바나나 잎에 가지런히 담은 뒤 네모난 모양으로 묶어 쪄내는 반쯩(Banh Chung)이 대표적이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12시간 이상 조리해야 할 만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갖가지 채소와 생선회, 견과류를 넣은 샐러드 이샹(Yee Sang, 魚生)을 먹는다. 물고기(魚)의 발음이 여유를 뜻하는 유(余)와 같아 이샹을 먹으면 한 해가 여유롭게 풀린다고 믿는다. 접시 앞에 모여 다 같이 “이샹!” 하고 외치며 각자의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올리는데, 높이 들어 올릴수록 부와 평안을 가져온다고 한다.

축복의 물세례로 시작하는 4월의 새해

불교력으로 새해를 맞는 나라의 풍습은 조금 이색적이다. 일단 새해가 4월 중순에 시작된다. 건기를 지나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한 해의 가장 더운 때인데, 지난 과오를 씻고 다가오는 새해를 축복하며 한 해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성대한 물 축제를 연다. 이때 더위를 이기는 고유의 전통 음식을 함께 먹는다.

4월 13일 시작되는 태국의 쏭크란(Songkran)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축제다. 쏭크란 기간에는 재스민 쌀로 지은 밥을 차가운 물에 말아 먹는 카오채(Khao Chae)와 망고찹쌀밥인 카오니아우마무앙(Khao Niaow Ma Muang)을 먹는다. 4월 14일에 열리는 캄보디아의 쫄츠남(Choul Chnam Thmey) 축제에서는 대나무통에 쌀과 코코넛가루를 넣고 구운 밥 크랄란(Kralan)을 먹는다. 4월 14일부터 열리는 라오스의 삐마이(Pi Mai) 축제에서는 찹쌀과 고기를 볶아 허브로 버무린 샐러드랍(Laap)을 먹는다. 4월 13일부터 4일간 열리는 미얀마의 띤잔(Thingyan) 축제에서는 야자 설탕과 코코넛으로 버무린 찹쌀주먹밥 몽롱예보(Mont-lone-yay-baw)를 먹는다.

물 축제는 나라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3~7일 동안 열린다. 첫날에는 사원에 들러 공양을 올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선행을 베풀거나 집 안 대청소 등을 하고, 이후부터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본격적인 축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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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의 띤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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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의 쫄츠남 축제의 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