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 족은 티벳 산맥에서 발원하는 이라와디 강을 따라서 내륙 깊숙이 들어와 미얀마 중북부지역에 도시국가를 형성하였다. 퓨 족 도시국가는 미얀마 최초의 왕조인 뜨가웅(Thagaung)을 비롯하여 베익타노(Beikthano), 할린(Halin), 뜨예케뜨야(Thayekhittaya) 등이다. 이들 도시국가가 있었던 할린(Halin)과 베익타노(Beikthano), 스리크세트라(Sri Ksetra)의 세 도시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퓨 족의 도시국가는 이라와디 강 하구를 통해 인도의 문화를 받아들여 문화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으며, 이를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로 전파하였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인도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였는데, 이에 대해 미얀마의 역사 기록인 『유리궁전왕조사』는 부처와 같은 샤카족의 후손들이 미얀마 최초의 왕조인 뜨가웅 왕조를 건국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인도의 초기 불교를 받아들인 퓨 족은 벽돌로 지은 사원과 ‘보보지 탑’과 같은 웅장한 불탑을 조성하였다 . 또한 팔리어 불교(Pali-based Buddhism) 경전과 불교 건축, 불교 의식 등의 전통을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전달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퓨 족은 도시국가의 새로운 형태를 창안하기도 하였다. 퓨 족의 고대도시는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여러 개의 문을 포함하는 거대한 성벽을 가진다. 성벽 안쪽에는 도시 공간과 민간 편의시설, 기념비적 종교 건축물 등이 건설되어 있다 . 이러한 도시 공간은 성벽 외곽에서 발달한 도시에 비해, 넓은 주변 지역과 이어지는 도로 및 운하 체계로 인해 확장된 도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국가는 다시 동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의 도시화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문화유산 퓨 고대도시를 구성하는 할린과 베익타노, 스리크세트라의 세 도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도시 정착지 발달 모델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세 도시 모두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9세기까지 이루어진 퓨 족 도시의 전체 변화 과정과 범위, 불교 승려 공동체, 독특한 장례 풍습, 능숙한 물 관리 능력, 원거리 교역 등에 관한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 퓨 시대에 조성된 관개 경관은 오늘날까지 남아 현대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퓨 족이 남긴 불교 문화유적은 미얀마 전역에서 몰려드는 불교 순례자들에게 경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글/ 차장섭 교수(강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