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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아세안 사회문화 협력의 미래

특별기고문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아세안 사회문화 협력의 미래 

 

김형종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코로나19 감염병은 단지 보건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 걸친 복합적 문제이다. 보건 위기가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공동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아세안은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세안은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고, 포용적이며, 지속 가능한 조화로운 사회문화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사회문화공동체 건설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대두되었다. 

 

   아세안 회원국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부 개입과 통제 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여러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감염병 통제에 주력하는 동안 사회문화적 활동과 교류는 제약되었으며 경제활동도 위축되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은 코로나 사태로 더 큰 위협에 직면했다.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책의 한계도 명확하다. 다수의 아세안 국가에서 고용인구의 60~82%는 비공식 경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일시적 고용, 가족 단위 영세 자영업 등 고용의 질이 낮은 곳에 근무하며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비공식의 영역에 자리한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실직에 따른 경제적 문제, 적합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 강화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사회의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외국인 또는 특정 집단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속에 가정폭력도 증가추세에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역설적으로 아세안 공동체의 핵심과제가 사회문화공동체의 실현에 있음을 보여준다.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공통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사회문화적 협력 없이는 국가의 안위와 경제적 번영도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사회문화 영역은 문화, 보건, 빈곤, 웰빙, 환경, 교육, 청소년, 정보, 재난 등 매우 다양하고 시급한 현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국가 안위도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과 문화적 삶의 질을 담보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국가 간 공통의 현안에 대응하고 협력하는 데 있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우리’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은 핵심적 조건이다. 

 

   아세안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인간안보’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즉,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의 보호와 국가적 안위가 분리될 수 없으며 이를 위해 포괄적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한 것이다. 경제성장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사회적 경제 접근을 취해야 한다. 사회적 정의와 권리라는 가치가 공동체를 통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는 초 국경적 이동을 막을 수 없기에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도 대두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아세안 교류는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한-아세안 사회문화적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신남방정책이 제시한 ‘사람’, ‘공동번영’, ‘평화’의 가치 중 ‘사람’은 사회문화 영역의 교류협력뿐만 아니라 사람 중심의 협력과 공동체라는 협력의 궁극적 목표를 의미한다. 

 

   지난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플러스’ 계획을 밝혔다. 신남방정책을 심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포괄적 보건 의료와 사회문화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교육모델 제시와 한류 쌍방향 문화 교류 증진이 포함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미 구체협력 방안으로 상호문화이해 증진, 공동창작 활성화, 문화산업협력,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협력, 문화예술기관 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사회적 연대의 핵심은 상호 이해에서 출발한다. 문화적 차이와 공통성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상대의 아픔과 시련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차원에서도 문화협력을 위한 방안으로 아세안문화원의 설립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미 아세안문화원을 운영하는 한국은 관련 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동아시아씽크탱크네트워크(NEAT)는 한국의 아세안문화원과 태국의 아세안 문화센터 간 협력을 중심으로 역내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설립을 추진하고 이를 계기로 사회문화적 협력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사회문화 협력의 다양한 이슈와 전담기관의 부재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고 아세안과 협력에 있어 사회문화협력의 연계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아세안 사회문화협력에 있어 지역 또는 도시 간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화 예술적 자산을 공유하고 교류를 촉진하는 한-아세안 지역 및 도시 간 문화예술 네트워크가 설립된다면 문화협력의 확산 효과는 물론 일회성 행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층위에서 인적교류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개인 차원의 활동이나 상업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가진다. 다름과 차이 속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공유할 정신적 자산과 비전을 제시한다. 이 점에서 문화예술은 사회적이며, 사회적 가치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더욱 중요해진 사회적 연대와 상호 문화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아세안을 ‘시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공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다층적 차원의 한-아세안 사회문화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