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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의 조화: 라오스 루앙 프라방 왓 씨엥 통의 모자이크 벽화

아세안 문화유산
빛과 색의 조화:
라오스 루앙 프라방 왓 씨엥 통의 모자이크 벽화
 
김미소(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왓 씨엥 통(Wat Xieng Thong)은 루앙 프라방(Luang Prabang)에 위치한 라오스의 대표적인 불교 사원입니다. ‘씨엥 통’이라는 이름은 ‘나무(Thong)’의 ‘도시(Xieng)’라는 뜻인데, 루앙 프라방의 옛 이름으로 후술할 루앙 프라방의 설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왓 씨엥 통은 16세기 란쌍 왕조의 왕이었던 세타티랏(Setthathirat)의 명령으로 조성되었습니다. 당대에 왓 씨엥 통은 왕위계승자의 대관식이 열리던 왕실 사원으로 기능하였습니다. 그러나 왓 씨엥 통을 포함하여 오늘날 우리가 루앙 프라방에서 볼 수 있는 불교 사원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 수차례의 내전으로 파괴되어 대부분 1960년대에 중수되었습니다. 20세기 중엽 라오족의 마지막 왕조였던 라오스 왕국(The Kingdom of Laos)의 군주들은 왓 씨엥 통을 포함한 루앙 프라방의 왕실 사원들을 복원하는 데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왕의 명령을 받은 라오스의 장인들은 전통적인 건축 기술 위에 모자이크와 같은 새로운 제작 방식을 결합하여 사원들을 복원하였습니다. 전통적인 불교 사원들이 자연경관과 함께 어우러진 루앙 프라방은 라오스적인 불교 미술과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왓 씨엥 통의 아름다움은 사원의 벽화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사원의 벽화는 전통과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라오스 장인들의 창의성을 잘 보여줍니다. 루앙 프라방의 불교 사원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벽화는 얇은 금박을 오려서 그림을 찍어내는 스텐실(Stencil) 방식이나, 목조를 섬세하게 조각하는 기법이 선호되었습니다. 20세기 이후부터는 유리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 기법이 왕실 사원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왓 씨엥 통 본당(The main shrine; Sim)의 뒤쪽 벽면에는 유리타일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제작한 커다란 나무의 형상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전해지는데, 첫 번째 해석은 석가모니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석가모니의 정각(正覺)을 상징하는 보리수나무 위쪽으로 금색의 승복을 입고 서 있는 붓다와 불탑(Stupa)이 나타나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해석은 루앙 프라방과 관련한 신화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신화의 내용은 두 명의 선인(Hermit)이 도읍지(Capital)를 찾아 배회하던 중 화염에 타오르는 듯한 형상의 나무를 발견하고, 이 지역에 도시를 건설했다는 것입니다. 주홍색의 과감한 배경과 태양 빛을 반사해 반짝거리는 나무의 표현은 마치 신화 속 나무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나무 양쪽으로는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공작새 두 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있으며, 그 아래쪽으로는 마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동물들의 모습과 함께, 지팡이를 짚고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에 표현된 동물들은 라오스에 유입된 힌두교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기원한 힌두 신화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등은 이른 시기부터 라오스에 유입되었습니다. 라오인들은 자연물에 대한 정령신앙(Animism)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 신화를 현지의 문화에 맞게 우화(Fables)로 변용하였습니다. 가령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공작새는 힌두교의 신인 쉬바의 아들 스칸다(Skanda)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왓 씨엥 통 본당 뒤쪽에 있는 핑크색의 작은 사당이 주목됩니다. 이 사당은 경전을 보관하는 장소인 장경각(ure Repository; Hor tai)입니다. 장경각의 외벽 벽화는 다채로운 색감의 유리타일이 모자이크 기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벽화에서는 강에서 낚시를 하는 어부들, 밭에서 쟁기질을 하고 풀을 뽑는 사람들, 평화롭게 무리 지어 다니는 코끼리 등 라오스의 전원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벽화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라오스인의 전통신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경각 벽화에는 라오인들이 신화적 영웅으로 생각하는 씨어 싸왓(Siaw Sawat)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씨어 싸왓’이라는 가상의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교훈적 에피소드입니다. 그 줄거리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지만 평민 출신이었던 씨어 싸왓이 기지를 발휘하여 왕실의 장관직까지 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씨어 싸왓 이야기와 같은 라오스의 전통적인 영웅담이 능력에 따라 비교적 신분 상승이 유연했던 라오스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루앙 프라방의 왓 씨엥 통 벽화는 라오스의 전통문화와 새로운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혼성적인 미감(hybrid esthetic sence)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라오스의 장인들이 과감한 배경색과 타일 색의 대비를 통해 벽화의 이미지를 부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홍색의 배경에 갈색과 금색의 유리타일을 대비시킨 본당 후벽과 분홍색의 배경에 초록색과 푸른색 타일을 선택한 장경각의 벽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와 같이 왓 씨엥 통의 대표적인 불교 벽화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수용하면서도 전통적인 미감과 결합하여 변용해나간 라오스인들의 지혜와 창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