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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의 나라, 말레이시아: 홍석준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문화의 나라, 말레이시아:
홍석준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문화 인류학자 홍석준 교수와 함께 말레이시아 문화의 다양성과 그 유래, 변화를 살펴봅니다. 인터뷰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말레이시아의 ‘혼합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말레이시아에 한층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말레이시아는 한 편으로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부흥에 따른 말레이시아 전통 문화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요?
1970년대 초반부터 대학생을 포함한 지식인 집단을 중심으로 이슬람 부흥운동(Dakwah, Islamization, Islamic revivalism 또는 Islamic Resurgence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됨)이 일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슬람 부흥은 말레이시아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전통문화와 예술에 이슬람적 가치와 규범이 강조되면서 이슬람적 색채가 강화되었습니다. 이슬람 부흥운동이 전개되기 이전, 전통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강했던 힌두교의 영향이 이슬람 부흥 이후에는 비이슬람적이고 비말레이시아적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이를 이슬람적인 원칙과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말레이시아 전통문화와 예술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말레이시아 문화가 다른 아세안 국가와 구분되는 부분,
특히 음악 등 전통 예술 세계에 있어 주변 국가들과는 다른 특징들이 궁금합니다.
말레이시아 문화 중에서 특히, 음악과 춤, 공연 등 전통 예술 세계에 있어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의 차이점은 혼합 문화(Mixed Culture) 또는 문화적 혼종성(Cultural Hybridity)이나 혼종의 문화(Hybrid Culture)라고 요약, 정리될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종족 분포는 크게 말레이계와 화인, 인도계, 오랑 아슬리(Orang Asli)라 불리는 말레이반도 내의 원주민과 보르네오섬 북부에 위치한 사라왁과 사바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반(Iban)족과 까다잔(Kadazan)족 등의 원주민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말레이계는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이 주를 이루고 있고, 화인들은 불교와 도교, 기독교 등으로 구성되며, 인도계는 힌두교도와 무슬림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오랑 아슬리는 애니미즘이나 샤머니즘과 같은 전통 종교와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말레이계는 이슬람과 관련된 예술을 발달시켜 왔으며, 화인들은 불교와 도교 관련 예술 세계를, 인도계는 힌두교와 이슬람 관련 문화와 예술을 계승, 발전시켰고 오랑 아슬리는 애니미즘과 샤머니즘과 관련된 전통 신앙과 종교에 기반을 둔 나름대로의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문화와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인구 구성(말레이계, 화인, 인도계, 원주민 등)은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종족 사회로서 현재 말레이시아 문화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인구 구성은 말레이시아 문화의 형성과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2019년 현재 말레이시아의 인구 구성은 말레이계 약 62%, 화인 약 22%, 인도계 약 8%, 원주민 약 2%, 기타 약 6%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구 구성에서 주목되는 변화 중 하나는 화인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다문화 사회로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화인의 문화적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말레이계의 이슬람화 영향이 강화되어 현재는 이슬람 문화가 말레이시아 문화 전반에 걸쳐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남아 전문가로서 바라본 아세안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말레이시아, 그리고 아세안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요?
몇 해 전에 아세안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바가 있습니다. 조사 결과, 당시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인식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아세안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습니다. 여기에는 아세안문화원의 창립과 활동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호 관계와 상호 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양국 간의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역사 등에 대한 상호 이해를 위한 존중과 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실천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긴요하게 필요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몇 년 전에 저는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들의 근면성이나 일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와 자세 등을 그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이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이며, 한류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을 강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말레이시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보다 더 좋은 내용으로 발전시켜 나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동남아시아 연구는 언어와 국제정치와 통상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학 또는 문화인류학 연구를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자로서, 동남아 연구자로서 가지고 계시는 목표가 있을까요?
현재 한국은 주로 정치학, 국제정치학, 국제관계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언어학, 지리학, 인류학 등을 중심으로 학제적 연구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연구가 중요하지만, 저는 일종의 지역연구로서 학제적 연구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인류학 분야는, 한편으로는 하나의 분과학문이면서도 학제적 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동남아시아 지역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서, 문화인류학의 이론과 방법론, 사례연구들에 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동남아시아 지역 전반에 대한 학제적 연구의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연구 주제와 내용, 이론과 방법론의 틀을 새롭게 구축하고, 이를 정립하고자 하는 학술적, 실천적 작업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