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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최초 귀화경찰관, 아나벨 카스트로

한국 속의 아세안 

필리핀 출신 최초 귀화경찰관, 아나벨 카스트로​​ 

 

아나벨 카스트로

 

< 사진 1 >아나벨 카스트로

 

코로나19 관련 치안과 방역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관들, 필리핀 출신의 아나벨 카스트로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2008년 외국인 이주민이 많아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는 경기도 안산시에서 처음 경찰 제복을 입었습니다. 이후 10여 년이 훌쩍 지나 어느덧 경사로 근무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다문화 가족들이 언어나 생활 문제로 겪는 어려움까지 두루 살피는 믿음직한 대한민국 경찰관, 아나벨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아나벨 경사님. 월간 아세안문화원 독자들에게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는 아나벨 경사입니다. 23년 전, 모국 필리핀을 떠나 대한민국 전라남도 함평군에 있는 조용한 마을에 왔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꿈꾸며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착하고 예쁜 3남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Q. 한국에서 경찰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와, 실제로 경찰관이 될 수 있었던 아나벨 경사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쭉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그때는 경찰관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였지요. 한국어 교본을 달달 외우기도 하고, 일부러 문장이 직관적으로 쉽게 쓰인 동화책을 많이 읽었어요. 덕분에 실력이 빨리 늘어서 외국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봉사에도 참여했고, 함평경찰서에서 통역을 돕기도 했어요. 당시 통역 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경사님 한 분이 ‘경찰 시험을 준비해보는 게 어떠냐’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경찰관이 되면 한국에서 사회 활동을 시작한 외국인들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겪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경찰시험을 준비했어요. 노하우 같은 건 따로 없었습니다.(웃음) 단지 오래전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나벨 경사님은 필리핀 최초의 귀화 경찰관이세요. 한국의 경찰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리핀에 계신 가족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필리핀 가족들은 제가 경찰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힘든 일을 겪을까 봐 좋아하지도 않으셨고요. 저 역시 필리핀에서는 경찰관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생물학 교사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잘 적응할 있을지 염려되었습니다. 하지만 난생처음 타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스스로 결정한 일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경찰관이 되었을 때도 앞으로 맡은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필리핀 가족들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 주십니다.

 

Q. 경찰관이 된 후 겪은 일 중 가장 특별하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별한 기억은 필리핀으로 돌아간 미취학 아동을 찾은 일입니다. 안산에 있는 몇몇 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할 학령 아동이 등교하지 않자, 교육청에서 아동들의 소재파악을 요청했어요. 알고 보니 찾고 있는 아이들이 이미 이주여성(어머니)과 함께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한국에 없는 상황이었죠. 담당 경찰관분들이 필리핀에 있는 아이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이후에 제가 투입되어 통역을 하며 아이들의 소재 파악을 도왔습니다. 필리핀은 섬이 아주 많고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 사람을 찾는 게 힘들거든요. 소재 파악이 모두 끝난 후에 담당 경찰관분들께서 정말 고마워하셨고, 저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 사진 2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과 함께

 

Q. 아나벨 경사님이 생각하시기에 한국 경찰관과 필리핀 경찰관은 많이 다른가요?​

업무 방식과 범위를 세세하게 살피면 필리핀과 한국 경찰관은 서로 다른 부분이 많을 거에요. 하지만 다른 점보다는, 전 세계 경찰관들은 모두 ‘본인 나라의 법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모든 경찰관들이 각 나라의 관습과 문화, 사회적 규범에 맞는 법을 지키는 데 힘쓰고 있죠.

 

Q. 필리핀 가족분들이 한국에 놀러 오신 적 있나요?​

작년에 부모님과 여동생이 K-POP을 무척 좋아하는 조카들을 데리고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다 함께 복요리를 먹었는데, 어머니가 필리핀에서는 독 때문에 먹기 힘든 복어를 한국에서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훌륭하다며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아! 덧붙여 제 조카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프라이드치킨에 푹 빠졌답니다.

 

Q. 파출소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원곡다문화파출소 소속인 다문화특별치안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월 초에 안산단원경찰서 선부2파출소로 발령받았습니다.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부터는 일반 지역 경찰관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관내 주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훌륭한 순찰팀원들과 손발 맞춰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을 텐데요.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나벨 경사님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어떤 구름이라도 그 뒤쪽은 은빛으로 빛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인데,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그 속에 반드시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밝은 쪽으로 마음을 이끄는 편이에요. 특히,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 사진 3 >원곡다문화파출소 소속 다문화특별치안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

 

Q. 요즘 아나벨 경사님을 포함한 경찰관분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평소보다 더 바쁘실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 평소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코로나19 격리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동료들과 교대로 거점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항상 개인 방역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관공서를 방문하는 민원인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오지만, 현장 출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저희 파출소 직원들은 하루종일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Q. 경찰관으로서의 목표가 있나요?​

건강하게 퇴직하는 것입니다.

 

Q. 한 인터뷰에서 “다문화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솟는다”고 답변하실 만큼 다문화가정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다문화가정을 위해 진행 중인 활동이나, 개인적으로 소망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제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가족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다문화가족들을 위한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Q. 아나벨 경사님 외에도 한국이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사람들, 또 아세안인들이 많습니다. 끝으로 이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타국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여러 어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어떤 나라든 현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적으로 교류한다면 다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