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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K-뷰티를 알리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은진

아세안 속의 한국 

손끝으로 K-뷰티를 알리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은진 

 

이은진

 

< 사진 1 >이은진(좌측)



 

 

글로벌 커리어를 쌓고자 싱가포르로 향했던 이은진 씨는 올해로 15년 차 금융업계 직장인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입니다. 본업과 상관없이, 평소 꿈꾸던 메이크업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출산휴가가 주어진 때였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곧장 메이크업 아카데미에 등록한 은진 씨는 ‘Busy Korean momm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분주했지만, 그 시절이 어느 때보다 가슴 뛰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합니다. 2월 호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제2의 커리어로 싱가포르에서 K-뷰티를 알리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아세안문화원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직장인이자 싱가포르에서 K-뷰티를 전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리고 카카오 브런치에 싱가포르 생활기를 쓰는 작가 이은진이라고 합니다.

 

Q. 15년 전, 싱가포르로 이주하신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대학졸업을 앞둔 4학년 때, 한국무역협회와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청년무역인력양성 사업에 뽑혀 6개월간 싱가포르에서 인턴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게 일하는 싱가포르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졸업 후에도 계속 싱가포르에 머물고 싶다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싱가포르에 위치한 글로벌 금융기업에 합격했고 이후로 쭉 아시아태평양 지역 법인영업을 담당하며 이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Q. 본업 외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싱가포르에서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수강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원래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부터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즐겨봤고 메이크업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부분 평일 낮 수업이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며 수업을 듣기란 불가능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업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거든요. 그 점이 늘 아쉬웠는데, 때마침 출산휴가 기간과 아카데미 수업 개강 날짜가 맞물려 기회가 생겼고, 가족들도 응원해주어 용기를 냈습니다. 아카데미에 유축기를 들고 다닐 만큼 바쁘고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지만, 꼭 배우고 싶었던 전문 메이크업 기술을 익힐 수 있었기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Q. 메이크업을 배우는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메이크업을 한창 배우던 중, 때마침 팝업스토어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싱가포르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과 한국화장품의 협업 이벤트였지요.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 화장품을 외국에 홍보하는 동시에 K-뷰티 메이크업을 소개할 수 있어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류열풍 덕분에 관심 있어 하시는 분이 많아 메이크업 시연 역시 좋은 호응을 얻었고요.

 

Q. 다문화, 다인종 국가 싱가포르의 메이크업 아카데미에는 그만큼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수강생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동료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기수로 아카데미에 다녔던 이들 중 말레이시아 출신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싱가포르 국경 근처에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살았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번 국경을 넘는 셈이었죠. 그 친구는 자신처럼 조호르바루에 살면서 싱가포르로 출근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많아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저는 배움을 향한 열정으로 매일 국경을 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재소자 출신 싱가포르 친구도 있었어요. 수감생활을 마친 후 새 출발을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새 삶을 위한 노력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어요. 

   함께 수업을 들은 모든 동료가 단순한 취미의 개념이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도전, 혹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찾아온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저 역시 좋은 자극을 받고 더욱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시지만 헤어 스타일링에도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어떻게 헤어 스타일링까지 배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헤어 스타일링 역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알아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의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헤어도 동시에 하기 때문에 헤어 스타일링도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헤어 스타일링은 메이크업이랑 또 다른 세계였는데, 손기술이 특히 중요해서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주로 학생들끼리 2인 1조로 조를 짜서 서로를 모델 삼거나 헤어모델을 구해서 연습합니다. 수업 시간 외에도 개인적으로 ‘dolly head’라고 불리는 헤어 스타일링 연습용 마네킹을 집에 설치해 연습하기도 했답니다.

 

Q. 싱가포르식 메이크업 외에 다른 나라의 메이크업도 배운 적 있으신가요?

싱가포르의 메이크업 아카데미 수강을 완료한 후 한국식 메이크업을 배웠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국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배울 곳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한국 청담동에 위치한 메이크업 학원 원장님께 1대1 특강을 들었어요. 일종의 단기유학이라 생각하고 짧은 기간, 한국의 최신 메이크업 트렌드를 열심히 익혔어요. 이때 한국 여성에게 인기 있는 디자인 중, 아시아 여성으로 범위를 넓혀 적용 가능한 메이크업 트렌드에는 어떤 게 있을지 혼자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Q. 싱가포르식 메이크업과 한국식 메이크업을 모두 익힌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새롭게 배우고 싶은 다른 나라의 메이크업 스타일도 있을까요?

한국식 메이크업이 싱가포르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을 때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두 나라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모두 알아두면 필요한 부분만 섞어 표현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비단 한국과 싱가포르 스타일만이 아니라, 메이크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고 시즌별로 트렌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매번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트렌드를 익히면서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지 스스로 연구하는 자세도 필요하고요. 

   저는 요즘 인도계나 말레이계처럼 피부톤이 어두운 분을 위한 메이크업을 연구 중입니다. 익숙한 중국계 동양인 메이크업과는 피부표현 방식이 다르거든요. 또, 패션쇼에서 메이크업을 할 때는 백인이나 흑인 모델도 많기 때문에, 아시아뿐만 아니라 좀 더 글로벌한 무대에서 적용 가능한 메이크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나갈 예정입니다.

 

Q. 한국식 메이크업과 싱가포르식 메이크업이 많이 다른가요?

한국식 메이크업은 1밀리의 차이까지 섬세하게 다루고 꼼꼼한 베이스 메이크업으로 피부표현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반면,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는 딱 떨어지는 하나의 공식만 선호하지는 않아요. 문화와 인종별로 잡아내야 할 포인트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중국계 모델에게는 부분 가닥 속눈썹을 붙여도 자연스럽지만 원래 속눈썹이 풍성한 인도계 모델에게는 따로 속눈썹을 붙이는 대신 컬링에 좀 더 신경 씁니다.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화장은 중국계 분들이 더 선호하고, 말레이계나 인도계 분들은 색상을 과감하게 활용하여 얼굴선을 입체감 있게 살리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 사진 2 >‘2016 미스 싱가포르’ 본선에서 프리실라 마틴의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모습

 

Q. 2016년 ‘미스 싱가포르 글로벌 뷰티퀸’으로 선정된 ‘프리실라 마틴’의 대회 당시 메이크업을 맡으셨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당시에 미스 싱가포르 후보들은 수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이에서 유일한 한국인인 저를 신기하게 여겼어요. 그들 중 프리실라가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K- POP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인 친구였는데, 한국인 아티스트가 표현하는 K-뷰티 스타일이 궁금했던지 저에게 메이크업을 부탁했죠.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을 시작했을 때에도 붙임성 좋은 프리실라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건강하게 태닝된 프리실라의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에 중점을 두었는데, 다행히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프리실라는 미스 싱가포르 글로벌 뷰티퀸으로 선정되었죠. 뿌듯하고 즐거웠던 작업 중 하나입니다.

 

Q.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혹은 직접 기획해보고 싶은 메이크업 관련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까요?

한번은 싱가포르의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Bread Talk)에서 주최하는 어머니날 기념 ‘메이크 오버 이벤트’에 아티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메이크업을 할 기회가 없는 어머니들을 위한 이벤트였어요. 저도 아이를 둔 엄마인 데다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가 떠올라 굉장히 보람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 혹은 소외계층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에는 K-뷰티 쇼케이스나 팝업스토어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함으로써 한국의 메이크업과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에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국내에서는 정샘물 원장님,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로는 바비브라운입니다.

 

Q. 자신만의 메이크업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 자신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이 세상에 못생긴 사람은 없어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부족한 부분을 억지로 가리거나 다른 누군가를 따라 하는 메이크업보다는, 개인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에 집중해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통해 모두가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앞으로 제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불릴 때는, ‘동남아 시장에서 활약하는 K-뷰티 전문가’이자, ‘아름다운 자신감을 선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싱가포르나 타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습니다. 끝으로 이분들께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싱가포르에 살면서 한국인에 대해 근면 성실하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싱가포르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낸 수많은 한국분들이 계신 덕분이겠지요. 타지 생활이 만만치 않음에도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든 교민분들을 응원합니다. 저 역시 싱가포르에서 K-뷰티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한국인 아티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