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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들의 ‘맛있는’ 채식 문화

테이스티 아세안

아세안 국가들의 ‘맛있는’ 채식 문화

글 _ 박민우(<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한 끼> 저자)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혹은 동물과의 상생을 위해 고기를 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채식 하면 서구권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세안 국가는 저마다 오래된 채식 전통을 가지고 있다.
채소와 과일을 유난히 사랑하는 아세한 국가들의 채식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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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비건 애플리케이션 ‘해피카우(Happycow)’에서 비건(달걀과 우유 등 유제품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 친화 도시 열 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싱가포르가 5위, 방콕이 7위다. 채식주의자들이 마음 편히, 혹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과 메뉴가 세계에서 5등, 7등으로 많다는 얘기다. 5위에 선정된 싱가포르는 74%가 중국계, 13%가 말레이계, 9%가 인도계다. 중국은 채식의 역사가 긴 나라 중 하나다. 도교, 불교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 채식을 장려했다. 인도 역시 인구의 약 40%가 채식주의자다. 중국과 인도, 이 두 나라가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싱가포르 채식의 뿌리는 그만큼 깊고, 넓음을 의미한다. 채식을 먹고 싶다면 싱가포르로 오라! 완벽한 훔무스(병아리콩으로 만든 중동식 스프레드)와, 이탈리아 사람도 울고 갈 마르게리타 피자에 일본식 두부 초밥, 고기 없는 상큼한 김치찌개까지! 싱가포르는 세상 모든 음식을 채식으로 만드는 재주로 여행자를 홀리고 있다.

태국 재래시장에 가면 태국어로 เจ(째) 혹은 한자로 齋(재)라고 쓰인 노란 깃발이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채식 반찬 가게 혹은 식당이다. 다른 나라에선 채식 파는 곳을 일부러 검색해야 하지만, 태국에서라면 재래시장에서 노란 깃발만 찾으면 된다.

태국엔 또 태국인 모두가 고기를 멀리하는 낀째(กินเจ)라는 유명한 축제가 있다. 낀째는 음력 9월 1일부터 9일까지, 총 9일 동안 계속되는데, 이때 채식 식당은 역대급 매출을 올린다. 가격도 비싸지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베트남의 불교 신자는 천만 명이 넘는다. 음력 1일, 15일에는 주로 채식을 한다. 불교 신자는 두 가지 채식 방식을 따른다. 짜이쯔엉(Chay Trường·菜長)은 평생 채식을, 짜이끼(Chay Kỳ·菜期)는 특정일 채식을 말한다. 짜이끼는 매달 1일, 15일 채식을 하는 니짜이(NhịTrai·二菜)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먹게 되면 딸려 나오는 푸짐한 숙주와 잎채소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베트남 속담에 ‘채소 없는 식사는 약 없이 고통받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채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고기 대신 버섯과 두부로 맛을 낸 월남쌈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채식은 서구 개념의 비건이 아닌 불교에서 비롯된 채식이기 때문에 달걀과 유제품에 관대한 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채식이 폭발하는 중인데 대도시 호찌민의 채식 식당은 이미 1,300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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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에서 채식은 눈여겨볼 만한 트렌드다. 생명을 존중하고, 채소와 과일이 주식이었던 나라들답게 원래 취향을 찾아가는 느낌도 든다. 쌀로 시작해서, 망고로 입가심하는 아세안 국가의 채식 문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