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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을 연마하는 전통무예, 실랏

스토리

심신을 연마하는 전통무예, 실랏
동남아시아 문화를 품고 세계로 나아가다.글. 허건식 무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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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랏(Silat)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널리 보급된 전통무예이다. 고대 인도와 중국,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동남아시아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현대의 모습으로 정립되었다. 동남아시아는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상 함대 문화가 발달했다. 해양민족이 여러 섬과 해안선을 오가며 세력을 확장하는 데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실랏이 큰 역할을 했다.
실랏의 동작 대부분은 동물의 움직임이나 자연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기법 중 실랏하리마우(Silat Harimau)에는 호랑이의 공격 기술 등을 모방한 미적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 동남아시아에서는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에서 마을의 무속인들이 실랏을 연마하기도 했다. 자기방어와 치유 의식, 영적 훈련의 수련법이 현재에도 존재한다. 실랏 수련이나 연무에는 동작의 리듬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음악이 따른다. 대부분 동남아시아의 전통악기로 연주하는데, 오래전부터 제례 때 사용하던 것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결혼식이나 축제, 무대 공연 등에서 전통 복장과 악기 등을 갖춘 연행이 이루어진다.

또한 실랏을 표현한 서사시뿐 아니라 13세기경부터 전설적인 실랏의 영웅이나 무사를 기리는 소설도 전해진다. 동남아시아 다수의 만화나 영화, TV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영화 ⟨아저씨⟩ 속 원빈이 목욕탕에서 작은 단도를 가지고 펼치는 현란한 격투술 역시 실랏이다. 실랏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다루살람 등지에 여러 유파가 존재하는데, 경기화된 유일한 종목은 인도네시아의 펜칵실랏(Pencak Silat)이다. 1982년 처음 개최한 월드 펜칵실랏 챔피언십은 2018년 40개국이 참여한 국제 대회로 성장했다.

이처럼 실랏은 무술의 지위를 넘어 점차 예술로 변모하였으며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해 세계인에게 다가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실랏은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그 유구한 역사는 명맥을 이어 다음 세대로 계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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