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한국 외교다변화의 초석, 신남방정책

특별기고문
한국 외교다변화의 초석, 신남방정책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 연구센터 책임교수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 연구센터 책임교수
 

한-아세안 대화관계 30주년을 기념해서 지난 11월 부산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신남방정책이 표방하는 사람, 상생, 평화 등 3대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다지고 향후 관계를 더욱 공고화하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신남방정책이 향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한-아세안 관계가 한층 높은 수준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서 의미를 갖는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한·아세안 미래 공동체 구상’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모두를 공식 방문함으로써 관계 강화를 위한 우리의 의지를 아세안에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또 정부는 지난 5월 외교부에 아세안과의 협력을 전담하는 아세안국을 신설하고,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의 조직과 위상을 강화해 아세안과의 협력채널을 넓혔다. 신남방 외교를 위한 이러한 제도적 기반 구축에서도 나타나듯이 정부의 아세안과의 협력강화 의지는 확고하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왜 중요한가? 무엇보다도 과거 세계경제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아세안은 이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아세안이라는 단일한 지역기구를 만들어 미·중 등 강대국을 매년 아세안 회의에 불러 모으는 등 그 역할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주요국들은 지금 모두 아세안으로 달려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인도, 호주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중국은 국제적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구상하에 막대한 자금을 아세안에 쏟아 붓고 있다. 아세안 진출 역사가 오래된 일본도 이에 질세라 아베 신조 정부가 제시한 인도-태평양 구상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이러한 외교안보적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 양강대국 간 아세안을 둘러싼 외교적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남방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세안을 핵심 협력 파트너로 상정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목표는 대외경제의 다변화, 아세안과의 양자관계 강화 및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다자주의적 지역질서 구축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신남방정책은 미·중 강대국 경쟁이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제정치 환경에서 우리의 대외 경제·외교적 활로 모색을 위한 21세기 신국가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신남방정책은 우리 대외경제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외교역 구조는 중국, 미국, 일본, 유럽 연합(EU) 등 주요 경제권에 편중되어 있어서 중국의 ‘사드보복’이나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와 같은 외생적 압력이나 충격에 취약하다. 이러한 대외경제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정국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의 대외경제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남방정책은 우리의 제2교역상대국이자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신대외경제정책이다.
둘째, 신남방정책은 기존 4강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 아세안과의 획기적 관계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미·중·일·러 4강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한국 외교에서 아세안은 부차적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세안과 같은 신남방 국가들은 외교·경제적으로 한국의 국가이익 증진에 필수불가결한 협력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외교에서 4강 외교는 여전히 중요하고 지속되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과의 양자 외교관계를 4강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격상해 한·아세안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한다.
셋째, 신남방정책은 미·중 패권경쟁에서 야기되는 외교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새로운 대외전략이다. 부상하는 중국과 기존 패권국 미국 간 경쟁과 갈등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적 도전과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통해 역내 영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고자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의 갈등이 강화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이러한 미·중 강대국 경쟁의 대외환경에서 아세안이라는 든든한 외교적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정책이다. 우리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강대국 주도의 힘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다자주의적 지역질서를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 특별정상회의는 향후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한-아세안 간 ‘사람 중심의 협력’이다. 결국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 지역 간 인적교류의 확대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세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많이 제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충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국민에게 아세안을 바로 알리고 문화교류 활성화를 통해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아세안문화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향후 아세안문화원의 활기찬 활동과 가교역할을 통해 한-아세안 문화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기고문은 아세안문화원 뉴스레터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