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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워지는 ‘사찰문화’

칼럼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워지는 ‘사찰문화’
글. 양곤대학교 오린엔탈학과 박사과정 최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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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외국 귀빈들이 오면 종종 사찰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본다. 한국 사람들은 미얀마 유학생활을 한 나에게 미얀마의 사찰음식은 무엇이 있냐고 물어본다. 우리나라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 사찰음식만의 특징이 있다.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사찰음식이 일반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양국 사찰음식의 차이는 ‘탁발(托鉢)의식’에서 온다. 미얀마는 지금도 철저하게 스님들의 생활은 신도들의 ‘보시(布施)’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얀마 스님들은 새벽 6시에 아침 한 끼, 오전 11시에 점심 한 끼를 끝으로 철저한 금식을 지키고 있다. 점심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는 물만 마셔야 한다.

한국 스님들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사실상 부처님이 설한 법에는 ‘고기를 먹지 말라’라는 계율이 없다. 미얀마에서는 부처님의 시대부터 내려오던 ‘탁발의식’을 중요시 여기는데 여기서 ‘신도들이 공양을 올리는 음식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수 없다’라는 계율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들이 고기밖에 없어 고기를 보시하면 선택하거나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먹어야 한다. 미얀마 절에 가면 스님들이 고기를 먹는다고 놀라면 안 된다. ‘고기’를 보시한 신도의 지극한 마음을 스님은 거절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처님 법에도 ‘죽이는 장면을 보지 않은 고기, 죽이는 소리를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잡은 것이 아님을 알고 먹는 고기, 수명이 다해 스스로 죽은 생물의 고기, 매나 독수리 따위가 먹다 남은 고기 등의 오정육(五淨肉)’은 먹어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님이라고 해서 일반 대중들과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다. 신도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공양을 올리는 그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스님들은 살아간다. 미얀마에 배낭여행을 갔던 20대 초반에 너무 배고파 절에 가서 밥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스님께서 외국 여학생이 밥도 못 먹은 것이 불쌍하다며 자신이 탁발 받아 온 공양구(供養具)에서 생선튀김을 꺼내 건네주던 기억이 잊혀 지질 않는다. 음식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갖지 않고, 신도가 자신을 위해 주는 음식을 먹으며 평생을 사는 미얀마 스님들은 자신의 신도에게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까? 탐욕에 젖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울림을 주는 미얀마의 사찰음식이 아닐까?